프랑스 와인 ‘남대문’ 아시나요?

프랑스 와인 ‘남대문’ 아시나요?

입력 2010-11-27 00:00
업데이트 2010-11-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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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남대문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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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이 이달부터 수입,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와인 ‘그랑 폭트 뒤 수드’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겼다. 와인 이름을 풀이하면 ‘남쪽을 향한 큰 문’. 라벨에는 2008년 2월 화재로 소실된 우리나라 국보1호 숭례문의 그림이 들어 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와인이 어찌 하여 남대문이란 이름과 그림을 가지게 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프랑스에서 와인을 공부하던 국순당의 BM팀 김지형 과장은 지난해 초 파리의 한 한식당에서 이 와인을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식당 주인을 통해 이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 갸호’의 사장과 연락이 닿았다. 한달음에 달려가 2대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32살의 젊은 사장 프랑수아 게즈를 만났다. 2007년 관광차 들른 한국에서 본 숭례문을 기억하고 있던 게즈 사장은 이듬해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사실을 프랑스 언론을 통해 접했다. 자신이 매료됐던 한국의 국보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탄 숭례문 앞에서 통곡하던 한국인의 모습에 연민을 느껴 2009년부터 ‘남대문’ 와인을 생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지난 8월 복귀하자마자 회사에 수입을 건의했고 국순당은 이달 테스트용으로 1000병을 들여와 일부 한식당과 백화점 와인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한 해 2만 5000병씩 생산하는 ‘그랑 폭트 뒤 수드’는 현재 파리 80여개 한식당에서 레드와인 중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산도가 적당하고 오크향이 강하지 않아 갈비, 불고기와 잘 어울려 한식당을 찾는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라벨을 본 현지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자 게즈 사장은 라벨 뒤쪽에 와인 설명 대신 숭례문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사연을 넣었다.

국순당 측은 좋은 취지를 살리고자 최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국내 판매 수익금의 일부(병당 500~1000원)를 기탁할 뜻을 전했다. 이 소식에 게즈 사장 또한 파리 현지에서 팔리는 수익금 일부를 내놓겠다고 선뜻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재청과 이에 관한 협약을 맺기 위해 새달 16일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0-11-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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