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선장 ‘하이닉스호’ 출범

최태원 선장 ‘하이닉스호’ 출범

입력 2012-02-14 00:00
업데이트 2012-02-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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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올해 4조2천억 투자..’터닝 포인트’ 기대횡령 등 혐의 최 회장의 대표 선임 적절성 논란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맞은 ‘하이닉스호(號)’가 14일 드디어 출범했다.

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책임 경영’이라는 명분아래 최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함으로써 SK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이사회 의장은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맡게 됐고, 권오철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을 계속 맡게 됐다.

SK그룹에 인수된 하이닉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9.15%인 국민연금이다. SK텔레콤은 총 주식중 7.47%를 보유, 2대 주주이지만 국가 지분을 제외하면 1대 주주이기 때문에 사실상 하이닉스를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인 없이 채권단의 그늘에 있었던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그룹 “’실탄’ 쏟아 붓는다” = 올해 하이닉스 시설투자에 최소 4조2천억원의 ‘실탄’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작년의 3조5천억원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낸드플래시 부문에 자금이 집중 투입된다. 그 규모는 2조1천억원 이상이다. 연간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여기에 투자되는 것은 하이닉스 창사이래 처음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다.

종전에 하이닉스가 반도체 유행에 뒤처진다며 가장 아쉬워했던 분야가 바로 낸드플래시였기 때문에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인수에 공식 참여한 지난해 11월 초부터 하이닉스는 상승세로 전환됐다.

국제 반도체 시장 불황 탓에 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그 폭은 크게 줄었다. 3분기 2천770억원에서 4분기 1천670억원으로 39% 감소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보였지만 작년 전체로는 10조3천960억원의 매출과 3천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한 실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발 경쟁업체인 난야칩은 1조2천500억원, 이노테라는 7천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터닝 포인트’ 하나 = 하이닉스가 새로운 ‘SK칩’을 장착하고 ‘터닝 포인트’할 수 있을까.

반도체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외부 환경도 좋아지고 있는 데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제 현장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우수 인재들의 채용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그 예상은 일단 긍정적이다.

투자 비중을 높인 낸드플래시 부문이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4분기 말 반도체 시장의 D램 재고량이 소진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보충할 조짐도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의 공급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바일 통신의 선두주자인 SK텔레콤과 결합하면서 파생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출 기회도 열려 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SK그룹과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시장환경의 긍정적 변화 덕에 올해는 하이닉스의 ‘터닝 포인트’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청주 M8 라인을 기본으로 위탁생산을 강화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을 3∼4%까지 늘릴 것”이라며 “이 경우 오는 2015년 매출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해 매출중 비메모리부문의 비중이 8∼9%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서는 SK하이닉스로 할지, 아니면 세미콘이나 반도체 등의 이름으로 변경할지 논의하고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윤리성 논란 휩싸일 듯 = 시민단체와 국민연금 일부 의결 위원들은 검찰에 기소된 최 회장의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 선임을 놓고 재벌 총수의 윤리성 논란을 빚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 말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르자 시민단체들은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일부 의결위원들은 지난 1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퇴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는 ‘재벌 봐주기’의 표본이라는 주장이다. 3명의 국민연금 의결위원이 물러났다.

시민단체들도 최 회장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자격 자체를 논의할 수 없지만 최 회장은 과거에도 횡령·배임 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며 “윤리적 경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을 맡는 것은 ‘재벌가의 윤리경영’ 취지와 상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도 하이닉스 임시주주총회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해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향후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 하이닉스에 ‘오너 리스크’가 작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너 때문에 하이닉스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K그룹과 하이닉스측은 최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며 “하이닉스 경영과 투자 측면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최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만큼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대규모 투자 결정’ 효과로 세계 시장에서 우뚝서는 일만 남았다”고 단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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