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입력 2012-11-09 00:00
업데이트 2012-11-0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美 소비자 8439억원 집단소송… ‘연비 과장’ 세가지 문제점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연비 과장 논란으로 사면초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최근 현대기아차의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발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비를 평균 3% 낮추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EPA 권고를 받아들여 바로 연비 라벨을 교체했을 뿐 아니라 발 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소비자 포상 프로그램 등으로 미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보상 차량 대수는 미국 90여만대와 캐나다 17만 2000여대 등 107만대를 넘어섰고, 보상금액도 100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7억 7500만 달러(8439억여원) 규모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캐나다에서도 소비자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들도 연비 관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현대차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난 것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처럼 북새통을 떠는 것은 부쩍 커버린 현대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연비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고, 현대기아차가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여기에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곁들여진다.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과 관련된 의문점을 짚어봤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비 측정의 ‘저항계수값’이다. 연비는 도로 상태와 공차 중량, 온도 등 다양한 조건값, 저항계수에 좌우된다. 주행 저항 측정은 어떤 업체든 미국공업협회의 규정에 따른다.

이 규정의 애매모호한 문구가 논란의 원인이다. 규정에 따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혹은 그에 따르는 수준의 표면에서 테스트한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그동안 주행저항 측정을 남양 연구소 주행 시험시설 아스팔트 도로에서 했다. 그런데 이번에 EPA가 그 점을 문제 삼았다. 규정상의 ‘아스팔트’는 ‘미국의 아스팔트’라는 것이다. 미국 도로 대부분은 국내와는 달리 시멘트 도로로 구름저항(바퀴가 돌 때의 저항)이 크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 결과 평균 3% 연비가 하락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를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맞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6일 현대차 연구·개발(R&D) 부문의 사장 인사를 단행할 때 이미 EPA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난 2일(현지시간) EPA 발표 전에 먼저 보상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미 연비사태가 현대기아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의 일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연비사태를 주도한 미국 소비자단체인 워치독은 미국인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 GM 차를 사는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식의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는 극우성향 단체이다. 이들은 최근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에 대해 2000여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워치독 등 미국 내 보수성향 단체들은 신차 판매 10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현대기아차가 GM 등 자국 업체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고, 현대기아차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세밀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의 연비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수입 규제 조치 등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 고속성장의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100만대 판매를 2년 연속 돌파하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 연이어 공장을 준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급성장 뒤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부터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그랜저 배기가스 유입으로 국내에서 한 차례 소동을 겪었고 기아차 레이의 시동 꺼짐현상 등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연비 효율 말고도 벨로스터 선루프 파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수십종의 신차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 차량이 많아질수록 차량 결함이 늘고 있다. 2009~2010년 가속페달 문제로 내리막길을 걸은 토요타의 전철을 밟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기관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품질 신뢰성이 지난해 대비 6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좀 더 엄격한 진단과 대응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통을 극복하느냐에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11-09 24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