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외환시장에 칼 뽑나

박재완 장관, 외환시장에 칼 뽑나

입력 2012-11-22 00:00
업데이트 2012-11-22 01: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달 “가입 자제”서 이달 “필요하면 조치”로 선회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 미세조정을 넘어 선물환 포지션 제도 강화 등의 ‘칼’을 빼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 강화 ‘1순위’

박 장관은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00원 오른 1083.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선물환 포지션 제도와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외환 3종 세트’ 강화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언급, 시장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1일에는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환율 하락이) 더 가팔라지는 상황이 오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를 연구개발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21일 발언에 대해 시장은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 정부가 규제 강화에 직접 나설 것이라는 ‘최후 통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1080원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삼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며칠 동안은 환율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박 장관의 발언 수위는 계속 높아지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주에도 하락세가 되풀이되면 다음 주쯤 ‘외환 3종세트’의 수위를 높이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 중 선물환 포지션 제도 강화를 1순위로 손꼽는다. 외국은행 국내지점 200%, 국내은행 40%인 현 수준에서 각각 150%, 30%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뜻한다. 한도를 줄이면 국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당장 줄일 수 있다.

●‘환율 조작국’ 대외 압력 받을 수도

은행의 비(非)예금성 외화부채에 계약만기별로 차등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도 준비된 대안이다. 다만 시행령을 바꿔야 해 시간이 걸린다.

이지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부가 미세조정을 하고 구두개입 수위도 높이고 있지만 환율 하락을 막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제도 강화 등) 큰 개입은 대외적으로 환율조작국이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어느 선까지 조치를 취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2012-11-22 2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