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워크아웃, 위기이자 자금지원 기회 될 듯

팬택 워크아웃, 위기이자 자금지원 기회 될 듯

입력 2014-02-25 00:00
업데이트 2014-02-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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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25일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함으로써 지난 2011년 12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2년여 만에 다시 워크아웃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둬왔지만 자금난 등으로 인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했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접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2천300만 달러(약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지만 스마트폰의 연구개발(R&D)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박 전 부회장은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9월 회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둔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팬택은 전 직원의 3분의1인 800명에 대해 6개월 무급휴직과 해외사업의 정리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계속해 왔다.

팬택이 이번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자체 판단이라기보다는 채권단 쪽에서 사실상 워크아웃을 신청하라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0일에 “팬택은 많은 적자를 기록 중이고 현재 상태로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더 지원하기 어렵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팬택측은 “이번 워크아웃 추진은 팬택과 주요 채권금융기관이 강구한 선제적 대응방안”이라며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이 해온 말을 뒤집으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추가 자금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채권단이 오히려 팬택의 유동성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인’을 준 셈이 된다.

만약 채권단이 팬택이라는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봤다면 워크아웃 신청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처분하는 쪽(법정관리)으로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택은 앞선 1차 워크아웃 직후인 2007년 3분기부터 워크아웃 졸업 직후인 2012년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팬택이 브랜드 인지도가 여타 대기업보다 낮기는 하지만 기술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도 채권단이 팬택에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려고 하는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를 내기 이전에 ‘태블릿폰’이라는 이름으로 5인치 스마트폰 베가 넘버5를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실적부진 속에서도 애플과 삼성전자에 앞서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폰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팬택의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대형 제조사에 밀려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해왔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박병엽 전 부회장의 사퇴 이후 후임 이준우 대표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보조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팬택이 기회를 모색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웠다.

특히 보조금 경쟁을 그치지 않은 이동통신사들이 잇단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팬택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내수 사업 비중이 높고 유동성이 좋지 않은 팬택은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에 타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통사뿐 아니라 제조사의 보조금까지 규제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어서 팬택에 희망을 주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은 보조금 등 마케팅비가 부족한 업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비록 워크아웃에 들어가지만 상황이지만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상황들도 있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해 회사를 되살릴 것”이라며 이번 워크아웃을 계기로 기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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