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정위 과징금 폭탄에 ‘망연자실’

건설업계, 공정위 과징금 폭탄에 ‘망연자실’

입력 2014-04-03 00:00
업데이트 2014-04-03 15: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인운하 991억원 부과에 올해만 세 번째 ‘철퇴’

공정거래위원회가 MB정부에서 발주한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11개 건설회사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자 건설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이미 대규모 과징금을 내게 된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서도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에 이어 경인운하까지 벌써 세 번째 ‘담합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된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엠코, 현대산업개발 등 11개 건설사들은 “정부가 일반적인 영업행위까지 담합으로 몰고가며 과징금까지 부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의 고위 관계자는 “대형 국책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하며 사실상 업체간 공구배분을 조장한 것은 정부인데 업체에만 잘못했다고 다그치는 형국”이라며 “사업 담당자간의 일반적인 영업행위까지 담합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처럼 경인운하도 공사 수익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책사업에 대형사가 꼭 참여해야 한다’는 당시 정부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여한 측면이 크다”며 “실컷 공사하고 이제와서 과징금 처분을 받게 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과징금이 부과된 또다른 회사의 관계자 역시 “4대강 사업 수행으로 수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경인운하 역시 입찰 예정가가 낮아 수익이 나지 않았다. 입찰 참여로 이익이 있어야 담합도 성립하는 것 아니냐며”며 볼멘소리를 했다.

건설사의 일부 잘못된 관행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담합으로 몰고 간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경인운하 6공구 입찰 참가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공구는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3개 대형 건설사가 경쟁, SK건설이 낙찰을 받았으나 이 공사를 따낸 SK건설(149억원)은 물론 입찰에서 탈락한 대우건설(164억원) 및 대림산업(149억원)까지 모두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 3개사에게 부과된 과징금 액수는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3개사중 한 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해보지도 못하고 공구배분을 했다는 이유로 담합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상식적으로 공구배분을 했다면 대형 건설사 3곳이 한꺼번에 경쟁을 했겠느냐”고 반문하고 “통상적인 담합에 의한 공구 배분은 대형건설사와 중견 건설사가 짝을 이뤄 들러리를 세우는 경우지 대형 건설사끼리 경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담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통상적인 전화 통화까지 담합으로 몰고가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들 3개사는 이번 담합 판정에 불복해 내부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건설업계는 담합에 대한 제재가 과징금 부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입찰담합 사실이 적발돼 발주처로부터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담합 정도에 따라 일정기간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공사에 입찰 참여가 금지된다.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공사 수주의 길까지 막히면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의 고위 임원은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국책 공사에 대해 4∼5년이 지난 지금에와서 무더기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등의 후속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공사 당시에는 전혀 이야기가 없다가 정권이 바뀌니 몰아치기 식으로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공공공사 입찰참여 등의 이중, 삼중의 제재를 내리고 있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해외수주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라이벌 일본, 유럽 등이 이번 판결을 꼬투리 삼아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수주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박사는 “가격 등 담합의 판단 기준은 발주자의 피해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며 “발주자의 피해가 없거나 적을 때는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낮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