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화났다…동부그룹에 “자산 빨리 팔아라”

채권단 화났다…동부그룹에 “자산 빨리 팔아라”

입력 2014-04-04 00:00
업데이트 2014-04-0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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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5개월째 교착…채권단, 자산매각 강력 요구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부그룹이 5개월째 핵심 자산 매각을 주저하자 채권단이 더는 봐줄 수 없다는 ‘최후 통첩’ 성격의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어, 동부그룹이 계속 버티면 동양그룹과 STX그룹처럼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 지연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경영권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을 질질 끌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매각을 위임하고는 다른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김준기 회장이 너무 오너십에 집착한다”면서 “자기가 이룬 기업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미련을 갖고 있으면 현재의 유동성 위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러다가 못 팔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채권은행이 특정 대기업에 대해 이런 강도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동부그룹이 주채권은행의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중단과 더불어 대출금 회수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패키지 인수를 ‘동부그룹이 망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의 알짜배기 기업을 채권단이 헐값에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동부그룹이 하고 있다”며 “채권단과 동부 모두 살 방법이 있는데 동부가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포스코에 매각하라고 동부그룹에 요청하고 있으나 이 그룹은 다른 매수자들이 많다며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제값을 받겠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27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 제안을 받았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지분 20~30%를 사고 나머지 70~80%는 산은이 투자하는 방안이다.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포스코가 우선매수협상권을 갖는 내용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사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곳은 모두 중국 제철소들로 실사 과정에서 기밀 자료만 빼가고 매각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때에 자산을 팔지 못하면 동양과 STX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은 지난 3일 회의를 통해 동부그룹 처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말에는 동부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자구 계획안을 조속히 이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내놓으면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와 달리 한진해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3자 물류 등 일부 사업만 따로 맡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최 회장의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가면서 유동성 문제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은 핵심 자산인 현대상선의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 매각을 발표했으며 조만간 본계약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에 이어 한진해운과 현대그룹은 구조조정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으나 동부만 버티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어서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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