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은 ‘마이너스 손’

지역농협은 ‘마이너스 손’

입력 2014-06-20 00:00
업데이트 2014-06-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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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찬 리스트’ 족족 이름 올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역농협들에 ‘마이너스 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고객이 맡긴 예치금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지역농협들이 투자하는 곳마다 손실을 내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대출 사기에 연루됐다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KT ENS를 비롯해 지난해 동양증권 회사채, STX그룹 회사채까지 소위 ‘깡통을 찬 채권자’ 리스트에는 지역농협들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 전문 인력이 없는 지역농협들이 무분별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역농협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1000개가 넘는 지역농협 관리의 한계점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지역농협들이 부실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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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관리 중인 KT ENS의 자산담보부증권(ABCP)에 투자한 지역농협은 31곳으로 모두 320억원의 손실을 봤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농협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판매했던 ABCP를 ‘한집안 식구끼리 도와주자’며 앞다퉈 사들인 결과다.

이처럼 최근 1년간 법정관리나 구조조정으로 철퇴를 맞았던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손실을 본 지역농협 숫자는 300여곳으로 전체 투자금 4500여억원 가운데 상당한 부분에서 손실을 봤다. 지난해 동양증권 회사채에는 31개 조합이 320억원을, 사실상 공중분해된 STX그룹의 회사채에는 219개 조합이 3787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 중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 회사채 투자 금액은 1134억원에 달했다.

농협 지역농협의 투자 부실이 가시화된 배경엔 급격한 수신 증가가 있다.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혜택으로 최근 수년간 자금이 몰리며 농협 지역농협 수신 잔액은 지난해 연말 233조원까지 늘어났다. 예탁금이 급격히 증가하는데도 자산을 운용할 전문가들이 없고, 금융당국의 감독에서도 벗어나 있어 ‘선무당식’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지역농협에 자산 운용 전문 투자 인력이나 전담팀이 없다”면서 “지역농협 내 임원들이 증권사의 영업에 따라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을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지역농협 내부적으로 투자심의를 거쳐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지역농협의 전체 자산 운용 수익률은 3.4%로 예금 금리보다 높다”고 해명했다.

지역농협의 대규모 투자 손실이 지속되자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지역농협에 “자체적으로 자산을 운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운용하는 예탁금에 돈을 맡기라는 지침이지만, 강제 사안은 아니다. 또 과거 고정금리를 지급했던 것에 반해 최근엔 운용수익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고 있어 지역농협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역농협 투자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지역농협이 여유 자금을 안정적인 국공채에만 투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면서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줄여 수신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운용 가능한 여유 자금을 줄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6-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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