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소득 파악률 제고가 과제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소득 파악률 제고가 과제

입력 2014-09-11 00:00
업데이트 2014-09-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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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있는 회사원 건보료 오르고, 소득 적은 자영업자 내리고소득 있는 피부양자 등 신규 납부자 저항 극복도 관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오랜 논의 끝에 11일 내놓은 부과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건보료를 부과할 때 소득의 반영 정도를 가능한 한 높이고 재산, 자동차 등 소득 외 요소의 반영 정도는 줄인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득만을 반영한 건보료 부과체계로 가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적인 개편 방안인 셈이다.

일단 세부 부과 기준은 확정하지 않은 채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기본 방향을 재확인한 수준이지만 상당수 국민의 건보료 납부에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어서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 이원화된 기존 부과체계 공정성·형평성 논란

1년여간 지속된 기획단 논의의 출발은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허점이 많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해법은 달라도 이원화된 현행 부과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현재 건보료 제도는 크게 직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보수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사업·금융 소득 등과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 받는다. 직장가입자 내에서도 연간 종합소득이 7천200만원 이상인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운데 연간 종합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가입자에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역가입자의 세대원, 연금소득이 연 4천만원을 초과하는 피부양자까지 모두 7개 그룹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득과 재산이 비슷한 사람이라도 어떤 자격이냐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이고, 퇴직 등을 이유로 자격이 달라지면 하루 아침에 보험료가 몇 배나 뛰는 일도 발생한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복잡한 부과체계 때문에 시비도 끊이지 않아 지난해 한해에만 건보공단에 보험료 관련 민원이 5천730만 건이 제기될 정도였다.

또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보험료가 부과돼 ‘생계형 체납자’가 늘어나거나 고소득 자영업자가 보험료를 덜 내려고 직장가입자로 위장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노린 불법이 만연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동일한 소득에 동일한 보험료를 매긴다는 기본 원칙 아래 개편 논의가 진행돼 온 것이다.

◇ 월급 외 소득 있는 직장가입자·소득 있는 피부양자 건보료↑

기획단이 내놓은 이번 개편의 기본 방향은 이러한 기존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반영해 ‘소득 중심의 단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 파악 정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충분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저항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모든 소득’을 파악해 건보료를 부과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또다른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일단 근로소득, 사업소득, 2천만원 초과 금융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으로 부과대상 소득을 넓히는 것이다. 반대로 성·연령, 자동차, 재산 등 소득 외 부과요소는 없애거나 비중을 낮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단 월급 외에 별도의 사업 소득이나 2천만원 이상 금융소득 등이 있던 직장가입자는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월급 외 소득이 없는 다수의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에 변동이 없거나, 보험료율이 일괄적으로 낮아질 경우 보험료가 줄어들 수 있다.

소득이 있음에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으면 새로 건보료를 내야 한다.

반대로 변변한 소득이 없음에도 집이나 자동차 때문에 많은 보험료를 내야했던 지역가입자들은 건보료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저조한 소득 파악률·신규 납부자 저항 장애물

이번 개편안이 실제로 법 개정을 통해 시행되기까지는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득 중심 부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근거 중 하나인 소득 파악률에 대한 신뢰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획단은 국세청으로부터 4천만원 이하 금융소득, 일용근로소득 등을 추가로 확보해 소득자료 보유율이 80.8%에서 92.2% 수준으로 높아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득자료 보유율이 92%라는 것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자 가운데 소득자료가 하나라도 존재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 정도라는 것이지, 부과 대상자들이 거둔 모든 소득의 92%를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나마도 직장가입자의 소득자료 보유율은 100%에 가깝지만 지역가입자는 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번 조치도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들에게만 건보료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또 그동안 내지 않았던 건보료를 갑자기 내야하는 ‘소득 있는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모두 2천54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0%를 넘는다. 이들 중 얼마나 건보료를 새로 내게 될 지, 보험료는 평균 어느 정도 될지는 아직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기획단이 지난 6월 금융소득 100만원 이하와 상속·증여소득을 제외한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연금·퇴직소득은 25%, 양도소득은 50%만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전체 피부양자의 27.5%가 월 2만2천원 수준의 보험료를 새로 부담해야했다.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가운데에는 은퇴하고 생활이 넉넉한 여론 주도층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어 반발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복지부는 2012년에도 연금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모두를 합산한 금액이 연간 4천만원이 넘는 피부양자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령자와 관련 부처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연금소득이 연간 4천만원이 넘는 피부양자에게만 보험료를 물리는 데 그쳤다.

따라서 이후 공청회 등을 통해 개편안이 확정되고, 이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건강국민건강보험법 등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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