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권력’ 추구, KB 임 회장-이 행장 갈등 불렀다

‘제왕적 권력’ 추구, KB 임 회장-이 행장 갈등 불렀다

입력 2014-09-16 00:00
업데이트 2014-09-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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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 합리적 지배구조 정착시켜야”

은행장이 물러나고 지주사 회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는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KB 사태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 추구가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회장과 행장 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후진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자 금융지주사의 근본적인 체제 개편에 나섰다.

우선 KB금융지주의 사장직을 폐지했다.

임 회장 자신은 2011년부터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직을 맡아 회장이 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자신이 회장 자리에 오르자 사장직을 없앤 것이다.

나아가 정관 변경을 통해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의 등기임원에서 빼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80% 이상을 내는 조직이지만, 정작 국민은행장은 금융지주사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셈이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임 회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계기는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이지만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있어 갈등은 증폭됐다.

이 전 행장의 한 측근은 “이 전 행장은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을 대부분 내는 국민은행의 수장으로서 지주사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경을 자주 드러냈다”며 “임 회장과의 갈등에는 이러한 근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석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을 놓고 임 회장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면 이번 사태는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행장의 이사회 배제는 이번 임 회장의 직무정지 때 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예전에는 회장 유고시 국민은행장이나 KB금융 사장이 그 자리를 대행했지만, 국민은행장은 사내이사에서 제외됐고 KB금융 사장직은 아예 폐지돼 있어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회장을 대행할 사내이사는 현재 한 명도 없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긴급 회동을 거쳐 회장과는 격이 맞지 않는 부사장급인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대행으로 선임해야 했다.

더구나 윤웅원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아님에 따라 윤 부사장의 결재는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측은 법원에 윤 부사장의 회장 직무대행 승인을 급하게 요청한 상태다.

다른 금융지주사에서도 지주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 사례들이 있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3월 금융지주사 사장직을 폐지하고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을 등기임원에서 제외시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사내이사를 기존 4인에서 회장 1인으로 줄였다. 김정태 회장 ‘1인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금융지주사 현실에서 낙하산 인사로 온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은행장은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B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내 금융지주 체제가 ‘옥상옥’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지주사의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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