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 또 오류…‘14조가 왔다갔다’

한은, 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 또 오류…‘14조가 왔다갔다’

입력 2017-04-12 14:27
업데이트 2017-04-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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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규모 과잉 집계돼”…통계 정확성 높여야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통계를 또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를 보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수치가 과거 발표한 통계와 달라졌다.

작년 12월 비은행예금취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주택담보대출이 2조2천419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종전 수치(2조9천767억원)보다 7천348억원 줄어든 것이다.

반면 예·적금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나머지 대출을 의미하는 기타대출은 1조3천28억원에서 2조376억원으로 정정됐다.

한은은 관련 금융기관이 최근 수정된 자료를 보고한 점을 반영해 통계를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최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수치가 과잉으로 잡혀있었던 점을 인지하고 해당기관에 안내했다”며 “그동안 기타대출 중 일부가 주택담보대출 통계에 포함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들이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 등 기타대출로 분류해야 할 상품을 주택담보대출 통계에 반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관련된 시계열 통계를 수정했다.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종전 수치와 차이는 평균 4천200억원 가량이다. 적을 때는 1천8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많은 달에는 7천억원이 넘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종전과 14조 원 넘게 차이가 났다.

한은은 문제를 초래한 금융기관을 밝히지 않았고 2015년 12월 이전 통계의 경우 오류를 정정하지 못했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제2금융권 통계의 허점을 또다시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1월 영리성 자금이 포함된 가계대출 증가액을 발표했다가 뒤늦게 수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잇단 2금융권 통계 오류는 한은의 책임이라고만 돌리기는 어렵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기초자료를 정확하게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은행권은 상관없지만 비은행권은 전산시스템 미비 등으로 기초자료에 한계가 있다”며 “통계상 오류를 발견하면 즉시 반영하는 것이 통계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불성실하게 통계를 보고하더라도 한은이 제재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는 각종 경제정책 수립에 근거가 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한은이 정확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한은 통계를 참고해 가계부채 대책을 세웠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은행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금융시장과 더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오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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