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판 황우석 사태’…사이언스 논문 철회

‘스웨덴판 황우석 사태’…사이언스 논문 철회

입력 2017-05-05 07:08
업데이트 2017-05-0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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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연구부정행위’ 판정…저자들 “논문 게재 직후 컴퓨터 도난” 변명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이 작년에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환경과학 연구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돼 논문이 철회됐다.

특히 웁살라대가 작년에 자체 조사에서 연구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가 외부 기관 조사에서 뒤집힘에 따라 대학 자체의 공신력도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됐다.

사이언스 편집진은 웁살라대 환경유전학부에 재직중인 오오나 뢴스테트 박사와 페터 에클뢰프 교수 등이 작년 6월 3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농도가 치어(稚魚·알에서 부화한지 얼마 안 된 새끼 물고기)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Environmentally relevant concentrations of microplastic particles influence larval fish ecology) 논문을 직권으로 철회한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밝혔다.

뢴스테트와 에클뢰프는 당시 논문에서 유럽농어 치어들이 정상적 먹이인 동물성 플랑크톤 대신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미세입자를 섭취하기 때문에 성장이 느려지고 포식자들에게 먹히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보고했다.

이는 최근 수십년간 계속 심해지고 있는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보여 주는 논문이어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논문이 발표된 직후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발트해의 고틀란드 섬에 있는 아르 연구소에서 현장연구를 하던 연구자들 여러 명이 이 논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뢴스테트가 실험 현장에 머물렀던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이런 연구를 실제로 했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웁살라대는 연구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자체 예비조사를 실시했으나, 작년 8월말 ‘연구 부정을 입증할 수 없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내놓고 제보자들이 저자들에게 직접 의문점을 문의하도록 권고했다. 면죄부를 줬던 셈이다.

하지만 논문의 작성 경위와 내용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외부 기관인 스웨덴 중앙윤리검증위원회(CEPN)가 직접 나서서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 4월 말 연구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 데이터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실했고, 실제로 실험이 이뤄졌는지 추적이 가능한 데이터 파일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개시했다고 뢴스테트 등이 주장한 날짜 이후에야 생명윤리 관련 연구승인이 내려진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로 연구를 하지 않았거나 연구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뜻이다.

데이터가 없는 이유에 대해 뢴스테트는 “논문이 게재된지 열흘 후 데이터 대부분이 들어 있던 랩톱 컴퓨터가 남편 차에서 도난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이언스 논문에는 데이터가 웁살라대의 데이터 은행에 저장돼 있다고 적혀 있었으며, 웁살라대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반드시 데이터 백업을 하도록 돼 있었다. 뢴스테트가 거짓말을 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스웨덴 최고의 명문 종합대로 꼽히는 웁살라대는 자교 소속 연구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사건을 무마하려다가 외부 기관의 조사에서 결론이 뒤집히고 논문도 철회되는 바람에 무척 난처한 입장이 됐다.

웁살라대는 작년 8월 나온 자체 예비조사 보고서와 CEPN의 올해 4월 보고서는 적용되는 판별 조건이나 규제의 틀이 다르지만 데이터가 제대로 백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며, 두 보고서 내용을 고려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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