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가 던지는 화두
“한국은 인터넷 강국입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 있게 인터넷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감히 제가 KT에 드리는 숙제입니다.”‘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가 19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터넷 상용화 20주년 포럼’에서 미래 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T 제공
KT 제공
이번 포럼은 1994년 6월 KT가 ‘코넷’이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뒤 20주년을 맞아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당시 코넷은 현재 인터넷 평균 속도인 100Mbps의 1만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9.6KMbps 수준에 불과했다.
KT의 초대로 무대에 선 전 교수는 “20년 전 인터넷을 개발할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속도와 혁신이 열렸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산학연이 모두 노력했지만 ‘우리 (인터넷)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물심양면 KT가 지원했던 것이 한국 인터넷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KT는 코넷 이후 별도의 회선 설치 없이 전화망으로 인터넷이 가능한 비대칭형 디지털 가입자망(ADSL)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메가패스(1999년)를 선보였고, 2002년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 2006년 댁내 광케이블(FTTH) 등 인터넷 신기술 개발에 앞장섰다. 전 교수는 이어 “인터넷 기술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고성능의 기술 발전 못지않게 보안, 인권 측면에서 보다 안전하고 너그러운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KT가 다른 나라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전 교수는 “인터넷 보안 문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아무도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생긴 PC·모바일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KT가 SK텔레콤, 삼성 등과 협력해 국제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것이 인터넷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사이를 연결하는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들고, 전용선을 이용한 인터넷 연결 기술을 주도해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연 주역으로 통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6-20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