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窓] 본마음을 찾아야/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窓] 본마음을 찾아야/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입력 2010-03-13 00:00
업데이트 2010-03-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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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에 나오는 젊은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생겼다. 물론 본래부터 잘생긴 자연산 미남 미녀들을 많이 뽑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발달한 성형 기술 덕분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통계인지 모르지만 25세에서 29세 사이의 한국 여성 중 성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81.5%이고, 한 번 이상 성형 수술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61%라고 한다. 특히 한국 대학생 중에는 92%가 성형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일본, 중국, 홍콩 등에서까지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도 한다. 가히 한국은 IT를 비롯하여 다른 여러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성형 분야에서도 단연 선진국 대열에 속한다 해도 조금도 과장됨이 없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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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그런데 이런 일을 보면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 생각난다. 옛날 ‘무명지가 꼬부라져 펴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무명지(無名指)’라면 엄지에서부터 넷째 손가락, 즉 새끼손가락 바로 옆의 손가락으로, 문자 그대로 ‘이름 없음’이 바로 그 손가락의 이름이다. 손가락 중에서 가장 쓰임새가 적은 손가락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약손가락’, 일본에서는 ‘구스리유비(藥指)’라 한다. 한약을 달여서 찍어 먹을 때나 쓰는 손가락이란 뜻이리라. 서양에서도 ‘반지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아마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반지 끼는 역할이라도 하라고 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맹자’에 의하면, 이 무명지가 꼬부라진 사람은 그것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데 크게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디에 손가락 펴 주는 용한 의원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진 나라에서 초 나라 가는 길만큼 먼 길이라도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찾아 갔다는 것이다. 얼굴 성형과 약간 성격은 다르지만 옛날에도 오로지 미적 관점에서 몸의 일부를 고치는 성형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맹자는 여기에 대해 “손가락이 남과 같지 않으면 그것을 싫어할 줄 아는데, 그 마음이 남과 같지 않으면 그것을 싫어할 줄 모른다.”고 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고치면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에 쉬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지를 모르고 하찮은 것에만 매달리는 가치관의 전도나 우선순위의 혼란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혼란과 무질서와 가치전도의 행태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맹자에 의하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가 우리의 ‘본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부르짖었다. “사람이 본마음을 잃고도 찾으려 하지 않으니, 아, 슬프다. 닭이나 개가 집을 나가면 찾아 나설 줄은 아는데, 자기 마음이 나가 버리면 찾을 줄을 모른다. 배움의 길이 그 나가 버린 본마음을 찾는 것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본마음’이란 무엇인가? 맹자는 그것이 남의 아픔을 보고 ‘차마 견딜 수 없어하는’ 불인(不忍)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같이 아파함’이라는 뜻의 자비(com-passion)의 마음이다.

현실을 보라. 어디에 이런 마음의 흔적이라도 있는가? 곧 지방자치단체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다가온다고 한다. 이들 중 정말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억울한 자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함께 아파하고 신음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종교 지도자들은? 아니, 우리들 자신은?

물론 쌍꺼풀을 하고 코를 높이고 가슴을 크게 하고… 이렇게 겉모양을 가다듬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모두 정좌(靜坐)하고 의식 심저에 자리 잡은 본마음을 찾는 일에도 정성을 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본마음을 찾으려는 노력이 바로 ‘생명의 창(窓)’을 여는 일이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0-03-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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