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한·일 관계의 미래는 여성에게/김미경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한·일 관계의 미래는 여성에게/김미경 정치부 기자

입력 2010-08-14 00:00
업데이트 2010-08-1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한 지난 10일 오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립대 국제대학원 교수로부터 “긴히 상의할 일이 있는데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교수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미지 확대
김미경 정치부 기자
김미경 정치부 기자
이어 “한·일 관계의 미래는 누구한테 달려 있다고 보느냐.”고 물어 왔다. 교수가 생각하는 정답은 ‘여성’이었다. 두 나라 모두 뛰어난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그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국제대학원과 국제학부 학생의 70% 정도가 여학생이고, 그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고민해 왔다는 ‘한·일 여성 교류’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털어놨다. 동북아 평화와 발전은 결국 두 나라가 주도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교수가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학계·정계·재계·언론계·법조계·이공계 등 분야별로 두 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전문가들을 매년 정기적으로 초청해 토론을 하고, 그들이 양국 여대생들과 만나 1대1 멘토(조언자) 역할을 하며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또 여대생들이 멘토들의 각 분야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도 제공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교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사무국은 학교 측이 맡고, 동북아 지역과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저명한 재단에서 후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가 과거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여성 전문가와 여대생이 함께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이 갔다. 중견 여기자로서 힘이 닫는 데까지 돕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신문에서 일본 여대생들이 인턴을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5년, 10년 후 한·일 여성 교류 프로젝트 출신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된다면 양국 관계가 얼마나 더 깊어지고 부드러워질까 상상해 본다.

chaplin7@seoul.co.kr
2010-08-14 22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