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선처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나/김진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선처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나/김진아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3-22 00:00
업데이트 2012-03-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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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면 1년만 살고도 나올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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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사회부 기자
김진아 사회부 기자
20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치한 지모(19)군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직후, 변호인이 지군의 가족에게 건넨 말이다. 재판부는 지군에게 장기징역 3년 6개월, 단기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던 터다. 방청석도 한동안 술렁였을 정도다.

변호인의 말대로라면 지군은 모범수로 1년만 잘 복역하면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 재판부에 따르면 현재 지군은 존속살인 혐의와 더불어 연령 탓에 소년법을 적용받고 있다. 또 어머니로부터 성적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뒤틀린 부모 관계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지도 못했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선처’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지군의 행동에는 의문점이 적잖다. 꾸지람하는 어머니를 홍두깨로 내리쳐 입원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범행 뒤에는 총·검류를 구입하는 취미를 갖기도 했다. 치료감호소에서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하지만 내가 죽기는 싫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군은 지난 13일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반성문을 썼다.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살아오셨고 잘해 주셨는데 나 자신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너무 이기적이었고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죗값을 치르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고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고 남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형량의 높고 낮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보다 열린 공간, 사회에서 지군은 살아가는 데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지군의 어머니는 죽음을 당하면서 “내가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한 마지막 말이다. 말대로라면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용서하고 염려하고 있을 것이다. 지군은 어머니의 선물에 보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게 죄갚음이다.

jin@seoul.co.kr

2012-03-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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