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일, 이젠 갈등 접어야/엄호열 동아시아문화교류협회 고문

[기고] 한·일, 이젠 갈등 접어야/엄호열 동아시아문화교류협회 고문

입력 2014-04-11 00:00
업데이트 2014-04-1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엄호열 동아시아문화교류협회 고문
엄호열 동아시아문화교류협회 고문
최근 국내 일본인 관광수입이나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등 일본과 관련된 수익이 감소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경영인으로서 악화된 한·일 관계가 한국 국민에게 어느 정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일본 및 일본 문화에 대한 이미지와 관심이 얼마나 저하돼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코리아 리서치’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전국 19~60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는 의외로 양호한 편이었다. 78.0%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인 대립’과 ‘경제·문화·민간교류’는 구분해 생각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일 양국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라는 설문 항목에도 88.3%가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영토문제나 역사문제는 일본 측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추궁하며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한·일 교류가 전면적으로 정체된다면 이 또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 국민의 생각이다. 한국인들은 일본 정부의 한국 관련 발언이나 태도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우려하는 것이지, 일본이나 일본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명백히 밝혀진 셈이다.

일본 측 분위기는 어떨까. 3월 초 일본에 출장갔을 때, 일본 사회에서 유행하는 혐한 상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혐한 서적과 그에 관한 보도가 현저히 늘어났고, 일류 주간지조차 혐한 특집 기획물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없던 사회적 분위기에 이의를 제기해야 할 중도 언론마저도 입을 다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일본 사회에서 혐한이 계속 확산되고, 많은 일본인이 혐한 의식에 물들어 간다면, 대다수의 한국인도 혐일로 돌아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일 관계는 양국 국민들이 대립하며 증오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다.

내년 2015년은 ‘한·일수교정상화 50주년’이다. 지금의 한·일관계는 반세기 동안 양국의 국민이 착실히 쌓아온 친선의 노력이 단박에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다. 한국 내 일본 전문가들도 “이번 코리아리서치 조사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지금과 같은 한·일 갈등이 지속되고 일본 내 혐한 현상이 확산된다면 우리 국민들의 대일 의식 또한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한·일 간의 갈등과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어떤 것도 단박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고민이 크다. 앞으로도 한·일 갈등은 계속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나긴 갈등의 시대’에 양국 국민들이 정치외교적인 대립과 경제·문화·민간교류를 구분해 인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이러한 현명한 자세를 취했을 때만이 큰 차원에서 두 나라 간의 국익 손실과 소모를 줄이고 양 국민 간 격앙된 감정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014-04-11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