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초연금, 이제는 믿고 지켜볼 때다/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

[시론] 기초연금, 이제는 믿고 지켜볼 때다/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

입력 2014-06-10 00:00
업데이트 201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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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 제도가 시행된다. 지난해부터 제도 시행 방안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있어 왔던 만큼 드디어 기초연금이 시행된다고 하니 반가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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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찬반 논쟁도 많았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사실 그렇게 싸울 만한 것도 아니었다. 논쟁의 핵심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느냐, 아니면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느냐였다. 정부가 제출한 기초연금법안은 국민연금에 포함돼 있는 균등부문(소위 A급여)이 기초연금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니까 그 크기를 감안해 기초연금액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형편이 어려워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분들에게 혜택을 골고루 나눠 드릴 수 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규모가 증가하는 속도를 줄여 자녀세대의 부담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제도가 흔들릴 우려가 있으며,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서는 일괄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지고 보면 지급대상과 지급액 면에서 양쪽의 주장에 큰 차이가 없다. 양쪽 모두 노인의 소득 하위 70%를 지급대상으로 한다. 지급액 측면에서는 정부 방식대로 하면 기초연금 지급대상 노인의 90%가 20만원을, 나머지 10%가 평균 15만원을 받게 된다. 모두 20만원을 주자는 주장과 큰 차이가 없다. 한편 정부안으로 하면 앞으로 재정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민연금제도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근거로 제시하던 임의가입자 증감 추세를 봐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임의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국민연금제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을 반대하던 사람들의 우려도 반영됐다. 국민연금액이 일정수준 이하인 사람들에게 모두 20만원씩 지급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논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금법에 대해 아직 미련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몇몇 야당의원들이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80%로 늘리고 지급액을 국민연금과의 연계 없이 일괄적으로 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초연금법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입법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법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에 통과시킨 기초연금법을 부정하는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엮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기초생활보장 제도에서는 수급자가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해 자신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최대한 활용해도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나머지를 보충해준다. 이러한 제도의 특성상 다른 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제하고 급여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는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기초연금 제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기초노령연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온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초보장제도와 노인연금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유럽 주요 선진국들도 각종 연금과 보조금 등을 소득으로 산정해 급여액을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통과된 기초연금법에 불만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마치 기초연금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액이 깎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기초연금 제도 시행일이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 지사 등 일선 창구에서 담당자들이 신청을 받고 소득재산을 조사하고 447만명에게 기초연금 급여를 지급하려면 전산시스템 구축, 시행지침 마련, 담당자 교육 등 사전에 준비할 것도 많을 것이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시간이 없다. 이제는 혼란을 주기보다 기초연금제도 시행을 믿고 지켜볼 때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
2014-06-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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