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준비위, 초당적 구상만이 실효 거둔다

[사설] 통일준비위, 초당적 구상만이 실효 거둔다

입력 2014-07-16 00:00
업데이트 2014-07-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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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통일준비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된 통일준비위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학계와 정·관계 인사 50명이 참여, 한반도 평화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작업을 벌이게 된다. 한반도의 유동성 확대로 언제 급작스러운 통일 과정에 들어서게 될지 모를 상황에서 통일준비위 구성과 체계적인 통일 방안 논의는 때늦은 감이 있다 싶을 만큼 서두를 사안임은 분명하다. 통일부나 민주평통자문회의가 있는 마당에 자칫 옥상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 전반과 대북정책 기조는 지금처럼 통일부가 관장하고 통일 과정의 법제와 대외전략 등 큰 틀의 장기 통일구상은 통일준비위가 맡는다는 점에서 이는 운용의 문제라고 본다.

통일준비위 앞에 놓인 과제는 따로 있다. 지속 가능한, 그리고 현실적인 통일 담론을 이뤄나가는 일이다. 무엇보다 통일준비위가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대통령령으로 마련된 통일준비위 설치·운영 규정은 통일준비를 위한 기본방향과 통일 준비 관련 각 분야 과제 연구,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통합 등 사회적 합의 촉진, 통일 준비를 위한 민·관 협력, 기타 대통령 자문 등을 통일준비위의 기능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같이 현 정부 임기 안에 끝낼 일들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위원회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원회가 돼야 가능한 일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통일 비용 조성과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를 위해 만든 ‘통일항아리’는 지금 자취를 찾아볼 길이 없다. 사업 첫해인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7억 5800만원이 모금됐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100만원도 채 걷히지 않았다고 한다. 확고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한 탓도 있겠으나 현 정부가 관심을 두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통일준비위가 그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통일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갈 방안과 통일 한국의 뼈대를 설계할 기구다. 정권에 따라 논의가 갈팡질팡한다면 속된 말로 죽도 밥도 안 되고 사회 갈등만 증폭될 일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면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제 첫선을 보인 통일준비위원 면면은 높은 경륜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정파적 대립의 벽을 뛰어넘을 구성인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야당 의원 1명과 진보성향 인사가 일부 참여했다지만 범정파, 탈이념 기구로 보긴 힘들 듯하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 담론 형성과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향후 통일준비위의 범정파적 인적 보완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2014-07-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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