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병원 중증환자 중심 전환, 의료서비스 제고 계기로

[사설] 대형병원 중증환자 중심 전환, 의료서비스 제고 계기로

입력 2019-09-04 20:50
업데이트 2019-09-05 02:1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앞으로 감기, 몸살 등 경증환자는 동네병원을,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이용하도록 의료체계가 바뀐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본인 부담률이 현행 60%에서 더 는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인 중증환자 비율은 현행 21%에서 30% 이상으로 강화된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이다. 내년 상반기에 시행된다.

이번 대책은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10년간 의료기관별 외래일수 점유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2008년 4.1%에서 2018년 5.6%로 증가한 반면 의원급 병원은 81.3%에서 75.6%로 감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전체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 점유율도 상급종합병원은 2017년 32.0%에서 2018년 34.3%로 올랐으나 의원급 병원은 같은 기간 28.3%에서 27.5%로 떨어졌다. 비급여 진료 확대와 민간 실손보험의 대중화로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단 큰 병원을 선호한 결과다. 여기에 건강보장성 강화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형병원에는 환자가 몰리고, 지역 병원이나 동네 의원은 환자가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는 양극화 현상은 무엇보다 환자의 의료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고난도의 중증질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할 대형병원 의료진이 경증환자 때문에 시간에 쫓긴다면 중증·경증환자 모두 안전하고 적정한 진료를 보장받기 어렵다. 의료 자원 편중으로 인한 지역 간, 의료기관 간 격차가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대형병원을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불가피한 이유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경증환자가 굳이 대형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동네병원을 믿고, 의지하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한다.

2019-09-05 31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