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방 자치와 선거의 의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지방 자치와 선거의 의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입력 2010-06-07 00:00
업데이트 2010-06-0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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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지방의회 선거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다시 시작되어, 이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성년기를 맞이하고 있다.

먼저 지방자치제도의 의미를 살펴보자.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보아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통한 지방정부의 효과적인 운영 유도이다. 각각의 지방정부는 일정 정도의 자율성을 지니고 다른 수준과 구조의 세금을 부과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민들은 거주지 선택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정부 서비스와 세수 구조를 가진 지방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과정을 최초로 모형화한 학자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경제학자 티부(Tiebout)로, 티부는 이러한 선택과정을 개인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클럽을 선택하는 과정에 비유하여 ‘발로 하는 투표’라고 지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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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러한 ‘발로 하는 투표’는 지방정부로 하여금 주민들의 선호에 부합되는 서비스와 조세 구조를 갖도록 유도한다. 성년이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에서도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면적이 좁고, 국민의 동질성이 높고, 중앙집중적인 전통이 강하여 지방정부의 서비스와 조세가 차별화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둘째, 지방정부 행정 책임자들을 주민 투표로 선출함으로써 지방정부가 주민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유도한다.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지자체 단체장에 비하여 주민 투표에 의해 선출된 지자체 단체장은 당연히 지자체 운영에서 주민의 선호를 보다 강하게 반영한다.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이전에 비하여 보다 편리하고 신속해진 지방행정 민원 업무 처리, 깨끗해진 거리, 보다 많아진 근린공원들은 이러한 지방자치제도의 효과를 보여 준다.

셋째, 지방자치제도는 다양한 정책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준다. 보다 많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 주민들의 선호를 보다 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다양한 정책 실험을 시도한다.

많은 경우 새로운 정책 시도는 실패하지만, 성공하는 정책들이 나타나고 성공적인 정책들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된다. 저소득가계 자녀 돌봄사업인 ‘위스타트’ 사업이 일부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좋은 예이다.

넷째, 지방자치제도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의 세력을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압승은 세종시와 4대강 사업과 같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지금보다도 더 큰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는 것은 프랑스와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이제 성년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여러 제약점과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간의 관계 정립이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서 주민투표에 의한 교육감 선출제도가 2006년 말에야 비로소 도입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이 배제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교육은 정치적 고려와 판단이 배제될 수 없는 분야이며, 국민에 대한 교육의 책무성은 교육의 정치적 독립성보다 더 우선되는 가치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러닝메이트 방식과 같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 간의 연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간의 관계 정립이다.
2010-06-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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