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큰 사람에게는 스승이 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큰 사람에게는 스승이 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입력 2010-06-17 00:00
업데이트 201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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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세례를 통해 떠날 사람은 짐을 싸고, 들어갈 사람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금 들어갈 사람들도 머지 않아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는 날이 온다. 아니 지금 들어가는 시장·군수·도지사 중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기도 못 채우고 자리를 떠야할 것인가. 들어갈 준비를 완벽히 한다는 것은 멋지게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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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그래서 지금 당선자들이 써야 하는 것은 취임사만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떠날 때 남기고 싶은 퇴임사를 쓸 시간이다.

지도자의 개성과 인간성은 그 자리를 뜰 때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권좌에 있을 때 무엇을 했고, 무엇을 남겼느냐 하는 것은 지도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러나 떠나는 시기와 방식이 잘못되면 지난 세월의 공덕도 사라진다. 노심초사하며 권좌에 앉았지만 고통 속에서 정치적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과 퇴임 후에도 갈채를 받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국민이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권력으로 행복을 연출하다가 아름답게 떠나는 사람만이 갈채를 받는다.

역사의 눈으로 볼 때, 선거로 뽑힌 사람은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서 쓰는 단역배우다. 단역배우란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다. 일회용품이란 적절하게 쓰는 만큼 적절한 때에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언제까지나 주연배우로 남아 있으려고 최후까지 갖은 방책을 동원하여 연기를 하다가 결국은 길바닥에 쓰러지는 정치가들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권력이라는 마물(魔物)을 손에 넣고 자기도취와 자신 과잉에 빠져 오래 버티고 싶은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불행한 임종을 맞이한 것이다.

고통 속에서 정치적 임종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권력자라면 자신의 거울이 되어 줄 선생을 찾아야 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분위기와 환경에 좌우되기 쉽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지도자에게는 반드시 좋은 스승이 있었다. 좋은 스승과의 해후(邂逅)를 통해서 비로소 훌륭한 지도자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자신의 그릇보다 큰 스승을 모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맹자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큰일을 한 임금은 반드시 자기 마음대로 호락호락 불러들일 수 없는 거물급의 신하를 곁에 두고 있었다. 임금이라고 해도 의논하고 싶으면 자신이 그 사람을 찾아갔다. 은나라의 성군 탕왕(湯王)과 그의 충신 이윤(伊尹)의 관계를 보아도 그렇다. 임금인 탕왕이 처음에는 이윤에게서 배웠고 나중에 그를 신하로 두었다.

탕왕은 이윤의 도움을 받았기에 힘들이지 않고 천하의 왕이 되었다. 제나라의 환공(桓公)과 관중(管仲)의 관계도 처음에는 임금이 관중에게서 배웠으나 나중에 관중을 신하로 둠으로써 천하의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맹자, 公孫丑下 2)

맹자의 말은 계속된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모든 지방의 영토가 비슷하고, 모든 지도자들의 덕이 비등하여 서로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모든 지도자들은 저마다 자기들이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신하로 두고자 하고, 자기들이 가르침을 받을 만한 인물을 신하로 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탕왕도 이윤을 함부로 부르지 못했고, 환공도 관중을 함부로 부르지 못했다.” (맹자, 公孫丑下 2)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나는 언제나 우월한 사람이다. 따라서 더 이상 분발하고 자극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지도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주위에 두지 말라(無友不如己者·논어, 學而 8)”고 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 4년이라는 임기는 큰일을 하기에는 너무도 짧다. 주민들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1년 안에 기틀을 잡으라 하고, 2년이면 성공체험을 원한다. 그리고 3년이면 성과를 증명하라고 한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후회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멸시당한다. 후회하지 않고 또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자신보다 큰 사람을 찾아서 배워야 한다. 빨리 선생을 찾아 나서야 한다.
2010-06-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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