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속성장 기반구축의 전제조건/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열린세상] 지속성장 기반구축의 전제조건/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입력 2010-12-31 00:00
업데이트 2010-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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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이면에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다변화된 성장동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추세는 글로벌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성장의 결실이 집중되는 문제 외에도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반 요소가 자체적으로 갖추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중국의 대두로 심화되고 있는 경쟁을 이겨내려면 아웃소싱과 글로벌 전략구사가 불가피하다. 성장탄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영위되는 글로벌 기업과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집단의 양분화를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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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경제의 이중구조 하에서 당장 복지예산을 늘려 중산층의 몰락을 막고 서민층의 고통을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패러다임의 근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변화의 초점은 대기업 위주의 글로벌화 추진으로 커져 버린 지배구조상의 공백을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로 메우는 것이다. 최근 경험하였듯이 일련의 민영화나 인수 합병에 있어 근본적인 어려움에 봉착하는 주 원인은 시장에 독자적인 민간주체나 자본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표상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중산층의 몰락은 양극화된 경제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참여자들의 발굴과 이들의 활발한 시장 진입은 주어진 틀에서의 효율성 추구보다 중요하다. 이미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시장참여 기회이다. 통합된 네트워크에서 몇몇 글로벌 기업 내지 금융그룹 의존도가 과도할 경우 대마불사로 위험 관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따라서 정작 보호되어야 할 부문의 재원이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위해 역류하는 현상이 현저해진다. 중산층 기반을 튼튼하게 하려는 성장 기반의 조성 노력은 실체마저 희미해진다.

첫째, 적합성이 저하되고 있는 성장 패러다임의 유지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구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개입 원칙은 기존 이익의 보호보다는 낙후 부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보호장치가 구비된 영역일수록 진입 장벽을 낮추어 신규 고용 확대의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 각종 칸막이로 인해 흐름이 정체된 부문에 시장 참여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고용에 의존한 중산층을 살리는 첫 단추이다.

둘째, 구조적 문제에 대해 증상완화적 처방으로 일관하는 정치적 타협이 배제될 수 있도록 제반 이슈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제고되어야 한다. 우리의 돈으로 대리인이 생색내는 정치 순환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유권자의 현실 이해와 판단이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들의 객관적이고 철저한 분석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정치 명제로 묵살되고 간과되는 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시계 확보는 불가능하다. 단기적인 정치 이익에 속박되는 환경 하에서 기득권의 자기보호 유인은 더욱 강화될 뿐이다.

셋째, 고용창출 여력을 현실화하면서 다양한 참여자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 교육이나 보건복지 서비스 등 비교역재 부문의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부문별 생산성의 낙후는 그 자체로 성장탄력을 저해하고 생산 요소의 효율적 결합을 어렵게 하여 결국 재정부담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즉, 부문별 생산성의 차이는 금융이나 교육시스템의 아웃소싱을 불가피하게 하여 서비스수지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앞으로도 거대 시장의 혜택 없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뒤처진 부분에 대한 시장참여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부적 갈등 심화로 심각한 교착상황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을 육성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새로운 사회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참여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열린 지도층의 리더십이다.
2010-12-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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