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동양 사태’의 네 가지 교훈/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동양 사태’의 네 가지 교훈/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11-22 00:00
업데이트 2013-11-2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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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동양 사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다시금 금융 감독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 나누어져 있는 금융 감독 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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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증권회사가 계열회사의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관련 감독규정(規程)인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이 규정의 개정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검사기관인 금감원은 동양증권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인지해도 감독규정 개정 없이는 규제할 수단이 마땅찮았다. 그래서 금감원은 동양증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규제할 수밖에 없었다. 양해각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므로 규제 실효성 면에서 떨어진다. 결국 금감원은 금융위에 감독규정 개정을 ‘건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감독규정을 개정하고 시행하는 데는 무려 1년이 넘게 걸렸다. 만약 감독 기구가 통합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건의’ 절차 없이 바로 규정 개정이 이루어져 규제의 적시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독 기구의 분리에 따른 전형적인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다. 감독 기구의 통합 필요성을 알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이다.

또 하나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규제 신설 심사가 3개월 이상이 소요되면서 규제가 제때 실시되지 못했고, 일몰제(2년간 한시 시행)로 규제를 완화하여 규개위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심사 절차도 문제이지만 과연 규개위가 금융 감독 분야의 규제를 심사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행정규제기본법상 중앙행정기관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는 경우에는 규개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때 감독 당국이 규개위의 반대로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규제를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금융 분야의 규제는 다른 일반 행정 규제 원칙의 잣대와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특수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규제 강화가 필요한 분야이다.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규개위 입장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조세 분야처럼 금융 감독 분야를 규개위 심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해 관계인이나 전문가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입법 예고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증권회사 등 제2금융권에서 금산 분리(즉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동양증권이 계열회사의 자금 조달과 지원을 위한 사실상의 ‘사금고’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 금산 결합의 전형적인 폐해가 나타난 것이다. 산업자본을 거느린 금융기관은 계열회사나 대주주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제2, 제3의 ‘동양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제2금융권에서의 금산 분리 규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네 번째는 금융 감독 관련 기관 간의 공식적인 협의체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동양 사태’가 터지기 전에 동양 그룹 문제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포함한 금융 경제 관련 부처나 기관의 장들이 모여서 중요한 경제 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회의체이다. 비공식 회의체이다 보니 투명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의혹’이 발생하곤 한다. 공식적인 금융 감독 유관기관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가칭 ‘금융안정협의체’를 만들어 금융 감독 관련 기관 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법적 기구로 만들어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동양사태’를 거울 삼아 제2의, 제3의 ‘동양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특히 현행 금융 감독 체계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 이상 국회는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3-11-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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