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왜 추가 제재 피하지 못했나

이란, 왜 추가 제재 피하지 못했나

입력 2010-06-10 00:00
업데이트 2010-06-1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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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 거부, 농축시설 증설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따라 네 번째 제재를 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란이 농축 우라늄 농도 변화기술을 갖추는 등 우라늄이 무기 제조에 이용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진 데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 등 국제적 외교상황이 변화한 점 등도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 작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 행위를 중단하라고 이란을 압박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이란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을 농축,3.5% 농도의 농축 우라늄 2천400kg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2월부터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 변환 작업에 착수,3개월여 만에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LEU) 5.7g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도 90%의 고농축 우라늄(HEU) 1kg이면 핵폭탄 1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우려는 증폭됐다.

 현재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향후 이란이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될 경우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미군기지,남동부 유럽까지도 사거리 안에 포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서방으로선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서방은 농축 우라늄의 농도 변환 기술까지 갖추게 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의 양을 점점 비축해 가자 추가 제재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했다.

 특히 이란이 콤(Qom) 지역에 제2의 핵시설을 건설하는 등 모두 10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밝히자 서방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핵무기 능력을 갖추면 이는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뿐아니라 서방의 중동전략이 흔들리고 유럽의 나토 국가들까지 직접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란의 핵 능력은 러시아나 중국으로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더욱이 러시아는 조지 부시 정부 때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으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에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이란은 그러나 핵 프로그램이 원자력 에너지 확보를 위한 평화적 용도에 따른 것인데다 핵 개발 권리는 고유한 주권에 해당한다며 2006년 이후 3차례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비준국의 경우 평화적 용도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유독 NPT 비준국이자 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해 온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문제삼는 일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이란은 지난달에는 자국의 농축우라늄 1천200kg을 터키로 반출한 뒤 실험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 120kg으로 돌려받기로 터키,브라질과 합의하는 등 서방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방은 그러나 이 조차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일 뿐이라며 중재 합의안을 사실상 무시했지만 터키와 브라질 등 관련국들은 합의안 이행 여부를 지켜보지도 않고 제재를 가한 것은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란은 추가 제재가 결의될 경우 서방과의 모든 핵 협상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도 지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제동을 걸기 위한 유엔 제재 결의안이 당초 목표대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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