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수 ‘형제의 결투’… 동생이 웃었다

英 노동당수 ‘형제의 결투’… 동생이 웃었다

입력 2010-09-27 00:00
업데이트 2010-09-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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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가의 관심사였던 ‘형제 목장’의 결투는 결국 동생의 승리로 끝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경선에서 에드 밀리밴드(40)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이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45) 전 외교장관을 1.3%포인트 차로 누르고 새 당수에 선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집권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수를 비롯해 부총리인 닉 클레그(44) 자유민주당 당수 등과 함께 영국 정치무대의 주역은 40대가 장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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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에드 밀리밴드(왼쪽)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친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교장관과 포옹하고 있다.  맨체스터 AP 특약
25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에드 밀리밴드(왼쪽)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친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교장관과 포옹하고 있다.
맨체스터 AP 특약
이번 선거는 정치명가의 40대 친형제가 당수 자리를 놓고 경합해 일찍부터 국제적 이목을 끌었다. 당초 당수로는 데이비드 전 장관이 유력했다. 외교장관을 오래 지낸 데이비드는 똑똑하면서도 차분한 이미지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오른팔이자 차기 당수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총선 패배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표심이 공격적 정치성향을 지닌 에드 쪽으로 기울면서 명암이 갈렸다는 분석이다. 1차 경선 투표에서 형에게 밀렸던 에드가 노동당의 가산득표제를 통해 순위를 뒤집으며 2차 투표에서 한 편의 역전극을 연출했다.

중도 성향인 형 데이비드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정치경력을 쌓은 것과 달리 급진 성향의 에드는 2005년 정계에 첫 발을 들여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경제관련 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정치현장 경험은 일천하지만 1940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에 정착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자 저명한 마르크스 이론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17세에 일찌감치 노동당원이 됐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노동조합 핵심 인사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것도 이번 선거의 주요 승인으로 꼽힌다. 이름(Ed)을 본떠 ‘레드(Red·노동당의 상징색)’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일선 노동조합과 당내 좌파 성향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는 노동당 선거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당수 자리를 놓고 불꽃 접전을 벌였으나 형제간 결속은 돈독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뜨겁게 포옹하며 우애를 과시했던 형제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선을 거치면서도 형과 동생으로서의 가족애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드 신임 노동당수는 형 데이비드에게 당내 주요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0-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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