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美·쿠바 아이티 구호 한마음

‘견원지간’ 美·쿠바 아이티 구호 한마음

입력 2010-12-27 00:00
업데이트 2010-12-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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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불량 국가’라며 사사건건 각을 세워온 미국과 쿠바가 이웃국 아이티를 돕는 데 한마음이 됐다.

쿠바가 의료진을 파견해 콜레라로 신음하는 아이티인들을 보살피는 사이 미국은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티 어린이들을 입양해 가족을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쿠바 정부는 최근 의사 등 300여명의 의료진을 아이티에 추가로 파견했다. 지난 10월 이후 이곳에 퍼진 콜레라 사망자가 2600명을 넘어서자 내린 결정이다.

지난 1월 아이티 대지진 때 수많은 구호요원을 보냈다가 여론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두달도 안 돼 파견요원을 거둬들인 서방국가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이티 콜레라 환자 10명 중 4명은 1200명에 이르는 현지 쿠바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는다.

● 쿠바, 콜레라치 료 의료진 1200명 파견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쿠바에서 온 ‘백의의 천사들’이 아이티에서 활약을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7년부터 아이티에 들어가기 시작한 쿠바 의료진은 무료 교육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아이티 의사 500여명을 키워냈다.

현재 쿠바 의학자들에게 교육받고 있는 아이티 청년들도 400여명에 이른다. 존 커크 캐나다 달하우지대 교수는 “쿠바 의료진의 세계적 활약은 그 역할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악당 이미지’로만 알려진 쿠바는 자국 등록 의사의 3분의1가량인 2만여명의 의사를 비롯해, 3만명이 넘는 의료진을 동티모르 등의 가난한 국가 77곳에 파견해 조용한 선행을 베풀고 있다.

쿠바의 ‘앙숙’ 미국도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티의 아이들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며 미주 지역의 맹주로서 역할을 하는 중이다.

●지진이후 고아 美 입양 급증

아이티 대지진 뒤 미국에 입양된 고아는 1150명이었다. 지진 이전에는 매년 300여명의 아이티 어린이만 미국에 입양됐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지진 고아’를 입양하려는 미국인이 급증한 데다 미국 정부도 거리를 헤매는 아이티 아이들을 구호하려고 보통 1~2년씩 걸리는 입양 절차를 수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960년대 초 쿠바 공산화를 피해 쿠바 어린이 1만 4000여명을 2년에 걸쳐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데려온 ‘페드로 판’(‘피터팬’의 스페인어) 계획이 50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입양단체인 국제아동봉사공동협회(JCICS)의 활동가 톰 디필로포는 “미국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수많은 고아가 위험한 환경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12-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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