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티파티’

식어버린 ‘티파티’

입력 2012-04-10 00:00
업데이트 2012-04-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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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 ‘돌풍의 핵’서 애물단지로

“티파티(Tea Party)는 2010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는 데 주역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수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풀뿌리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으로, 미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공화당의 부활을 가져왔던 티파티가 태동 3년 만에 공화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티파티를 좋아한다는 미 국민은 30%에 그친 반면, 싫어한다는 의견은 51%에 달했다.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도 티파티를 강력 지지한다는 의견이 15%로 강력 반대한다는 응답자 26%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인기 추락을 반영하듯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티파티를 언급하는 공화당 후보들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규모 티파티 행사 역시 올해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201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약체 후보들이 티파티 돌풍에 힘입어 하원에 무더기 입성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2010년 티파티 바람으로 혜성과 같이 당선된 조 월시, 앤 버클 하원의원 등은 지금 그 영광이 ‘주홍글씨’가 돼 궁지에 몰려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은 티파티를 공격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빌 패스크럴 하원의원은 총선을 겨냥한 선거광고에서 “티파티를 멈추게 하려고 출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의 수전 보나미치 의원은 올 초 보궐선거에서 패스크럴 의원과 비슷한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보며 승리했다.

티파티가 이처럼 속절없이 추락하게 된 것은 지난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여야 협상의 배후에서 극단적인 강경 목소리를 내 미국을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로 내모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때부터 미 여론은 티파티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익 훼손마저 불사하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민주당 홍보 전략가 존 랩은 “티파티는 국민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인기 있는 풀뿌리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중산층 주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하고 극단적 시각을 가진 위험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쪽에서는 풀뿌리 유권자 운동의 특성상 일사불란한 조직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을 티파티의 쇠락 원인으로 꼽는다. 단기적으로는 파괴력을 발휘했지만, 구심점이 없다 보니 시간이 가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티파티는 단일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4-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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