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ECB ‘거수기’ 될까봐 전전긍긍”

“IMF, ECB ‘거수기’ 될까봐 전전긍긍”

입력 2012-09-07 00:00
업데이트 2012-09-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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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듣겠다’는 드라기 발언 해석 분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리오 드라기 총재 주도로 채권 매입 재개를 결정하면서 유로 위기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신문은 드라기가 ‘채권 매입 조건을 설정하는데 IMF 조언을 듣겠다’고 한 것이 유로 위기 해결과 관련해 IMF의 무게를 인정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단순한 ‘거수기’(rubber stamp)로 전락시키려는 것인지의 논란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6일 ECB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면서 “우리의 틀 안에서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FT는 IMF가 이처럼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 소속원들이 자유로운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자유를 줄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제대로 경청 되겠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어케거드 펠로는 FT에 “많은 IMF 소속원이 (IMF의) 신뢰 실추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 위기에 대한 “IMF의 역할이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FT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구제되면 IMF 위상이 앞서 그리스, 포르투갈 및 아일랜드 구제에 참여했을 때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IMF가 규정상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살 수 없으며 정부를 직접 구제해온 점이 지적됐다.

IMF가 ‘선순위 채권자’라는 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구제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란 견해도 나온다고 FT는 덧붙였다.

실제 IMF는 지난 7월 스페인 은행 구제 프로그램이 발표됐을 때도 자기네 역할을 “독립적 충고로 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가 6일 “IMF 틀 안에서 유로 위기 타개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FT는 IMF가 유럽연합(EU) 및 ECB와 이른바 ‘트로이카’를 구축해 그리스, 포르투갈 및 아일랜드 구제에 나섰을 때도 IMF 내부 비판이 적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IMF로서는 ‘비현실적 여신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돈을 넣지 않고는 견해를 반영할 수 없다’는 IMF의 통상적 입장도 상기된다고 FT는 전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나서 MIT 경영대학원으로 옮긴 사이먼 존슨 교수는 “드라기 발언의 핵심은 ‘IMF는 아웃!’이란 의미”라면서 IMF에 대한 ECB 접근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CB가 IMF의 조언을 듣겠다고 하지만 채권 매입 재개 조건의 대부분은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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