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달라이라마 회동…중국 ‘발끈’ 보복 가능성

오바마-달라이라마 회동…중국 ‘발끈’ 보복 가능성

입력 2014-02-21 00:00
업데이트 2014-02-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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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부 “양국관계 엄중 훼손” 경고…신화 “美, 국제문제 협력에 손실 올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은 예상대로 강력히 반발했다.

두 사람의 회동 계획이 알려진 직후 중국 외교부는 화춘잉(華春瑩)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즉각 게재함으로써 항의와 강력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이다.

화 대변인은 “엄중한 우려”, “엄정한 교섭(항의)”, “결연히 반대”라는 강한 표현으로 미국을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을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이 이처럼 ‘발끈’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었다. 중국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달라이 라마를 외국 지도자들이 만나는 것 자체에 대해 이미 누누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반발 수위가 미국을 비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인지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보복 조치로까지 이어질 지가 관심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은 2011년 7월 미국 백악관 맵룸에서 이뤄진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2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었다.

중국은 두 차례 모두 외교부를 통해 미국을 맹비난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2010년과 2011년 모두 이 문제로 미중 양국은 상당한 갈등을 겪었고 시간이 다소 흐른 뒤 양국은 정상회담 등의 계기를 통해 서서히 관계를 회복시켰다.

중국은 2007년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08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만나자 강력하게 보복을 가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독일과 프랑스가 먼저 나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상대가 초강대국 미국인 탓에 독일, 프랑스에 했던 것처럼 실질적인 보복 조치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회동 이후 어떤 형태로든 미국에 보복성 조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 대변인은 이번 회동에 대해 “중미관계를 엄중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실제 행동으로까지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비난의 수위가 예사롭지 않은데다 중국의 국력도 2∼3년 전과 또 다르기 때문이다.

오바마-달라이 라마 면담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키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으로서 신형 대국관계의 키포인트는 ‘핵심이익’의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다.

중국 입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자국의 핵심 이익인 티베트 문제를 미국이 건드림으로써 자국의 내정에 간섭하려 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중국은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며 국제관계의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말해 이런 입장을 분명히했다.

최근 미중 관계는 큰 틀에서는 양호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우경화 문제와 동·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미국에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오바마와 달라이 라마의 회견은 양국 관계 협력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할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사설에서 “아시아·태평양 및 전 세계 문제에서 미국은 중국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며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신뢰에 악영향을 줄 것이며 이같은 협력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적 현안에서 미국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만남은 시짱 문제를 핑계로 한 허튼 수작”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억지로 복종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방국가들이 자주 써먹는 낡은 달라이 라마 카드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미국의 의도에 대해 “시짱(西藏·티베트) 문제를 빌려 국내적 지지를 얻고 국제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중국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이런 허튼수작은 오바마 정부가 대범하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의 달라이 라마 회동을 중국에 대한 “보복행위”로 규정한 뒤 이런 행위가 “중미 관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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