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대박 헝가리 노숙자, 동료 위한 자선재단 쏜다

복권 대박 헝가리 노숙자, 동료 위한 자선재단 쏜다

입력 2014-02-25 00:00
업데이트 2014-02-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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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던 볼품 없는 노숙자에서 복권 당첨 후 억만장자로 변신해 헝가리에서 유명인물로 통하는 라슬로 언드러시(55).

방 하나에 6명이 살던 노숙자 시절을 뒤로하고 집 6채를 지닌 갑부로 급속한 신분 상승을 이뤘지만 20년 이상 몸을 의지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거친 길바닥을 잊지 못한다.

춥고 위험한 길 위에서 여러 노숙자 동료를 잃은 언드러시는 최근 아내와 함께 3만 명에 달하는 헝가리 노숙자를 위한 자선재단을 세우는 데 돈을 쓰기로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9월 복권 당첨 후 베푸는 삶을 사는 언드러시 부부를 24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소개했다.

언드러시는 형편이 180도 달라졌으나, 지금도 7년간 지낸 북부지역 죄르의 노숙자 센터에서 투어 안내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서 그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러 가던 중 수중에 있던 동전 몇 푼으로 복권을 사 6억 3천600만 포린트(약 30억 1천464만원)짜리 ‘잭팟’을 맞았다.

2012년 기준 헝가리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만 3천 달러(1천389만원)인 것에 비춰보면 217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노숙 인생을 전전한 언드러시가 500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벌어야 하는 액수다.

그런 그가 이달 중순 헝가리 노숙자 숙소 건립에 상당한 기부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권 당첨 일화가 소개된 터라 그와 노숙자를 위한 통 큰 기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7남매의 막내로 31세에 이미 알코올에 중독돼 집에서 길거리로 쫓겨나다시피한 언드러시는 1991년부터 본격 노숙자의 삶에 접어들었다.

개조된 러시아 군대의 막사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다가 알코올을 끊지 못해 다시 길거리로 내쫓기는 등 하염없이 밑바닥을 기었다.

1995년 ‘어머니의 날’에 돈도 없이 술에 취해 기차역에서 널브러진 한심한 모습을 자책하며 뒤늦게 철이 들고는 알코올 치료에 들어갔다.

당시 세 아이를 둔 어니코를 만나 가정을 꾸린 뒤로는 술도 완전히 끊고 신문배달에 나서는 등 가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11만 포린트(52만원)에 불과한 월급으로는 생계유지가 쉽지 않았다.

단전, 단수가 거듭하고 늘 압류를 걱정해야 하는 노숙자 센터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러한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복권 한 장으로 극적인 인생 반전을 이룬 언드러시는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자 노숙자에 시선을 돌렸다.

집권 여당인 피데스(청년민주동맹)가 노숙자의 공공장소 출입을 금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노숙자를 전방위로 탄압하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언드러시의 행보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아내 어니코는 “우리 재단은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노숙자를 돕기 위한 단체”라며 “우리와 고행을 함께한 이들에게 손을 뻗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언드러시 부부가 붙인 이 재단의 이름은 ‘내 곁에 있어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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