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의 상징’ 아동 수용시설 끔찍한 실상…학대당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선행의 상징’ 아동 수용시설 끔찍한 실상…학대당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14-07-19 00:00
업데이트 2014-07-19 15: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주(州) 사모라시(市)의 한 아동 집단수용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멕시코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하는 이곳에 1947년 설립돼 주정부는 물론 연방정부로부터 복지 선행을 인정받아온 이 시설의 학대 실상에 대한 증언이 수용자와 가족 등에게서 나오면서 멕시코 사회복지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대가족 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고아들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받아들여 교육 기회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이설의 운영자와 관리자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로사 엄마’로 널리 알려진 운영자 로사 델 카르멘 베르두스코(79)는 40년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전직 대통령 등 유력자와 공공기관,복지가들로부터 격려와 지원을 받았고 정부의 감사패를 받는 등 선행을 공인받다시피한 인물이어서 더욱 충격을 준다.

경찰은 아이들을 감금하고 학대한다는 내용의 고발을 접수하고 시설을 급습해 450여명의 어린이와 130여명의 성인 남녀를 ‘구출’했다.

3세 유아부터 40세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이뤄진 이들 중에는 어릴 때 수용돼 수십 년간 생활한 사람들도 있었다경찰은 주방에 썩은 채 방치된 음식물 더미,비위생적인 화장실,불결한 숙소 등의 사진을 현장 증거물로 확보했다.

수용자들과 이들을 보낸 가족들은 대가족 집이 부패한 음식을 먹이는가 하면 폭력,성폭행,감금,앵벌이 등 복지시설이라고 믿기 어려운 학대를 자행했다고 수사당국과 현장을 취재한 내외신 언론에 밝혔다.

이번에 풀려난 카를로스라는 18세의 소년은 손목을 자해한 상처를 외신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절망에 빠져 자살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아들을 2개월 전에 대가족 집에 보낸 한 여성은 아들이 구타를 당한 흔적과 함께 마약 중독 증세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으나 병원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수용된 뒤 10대 중후반의 나이에 시설에서 관리인들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19세의 한 여성은 임신한 상태에서 관리인으로부터 유사 성행위를 강요받았다가 거절한 뒤 매질을 당했다.

6개월 된 아이를 업은 채 수용소에서 풀려난 한 16세 소녀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제 소원은 여기가 나가는 거였어.우리 아이만큼은 이런 세상을 경험하지 않도록…”이라며 울먹였다.

한번 수용된 어린이들은 이후 외부에 전혀 나가지 못할 정도로 출입이 통제됐다.

시설 안에서 청각장애인인 여성에게서 태어나 자란 16세의 한 소녀는 “바깥에 나가서 세상을 알고 싶어요.밖에서 공부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도망하거나 엄마가 보내온 돈을 감추려다 들킨 아이들은 옷장 크기의 비좁고 어두운 방에 물과 음식도 없이 며칠간 갇힌 적도 있었다고 15세의 한 소년은 증언했다.

한 소녀는 ‘피노초’라고 불린 이 조그만 방에서 친구가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인 베르두스코는 이러한 실상을 부인하고 있으나,그가 이를 묵인하거나 지시한 정황도 드러난다.

임신한 여성이 베르두스코가 보는 앞에서 관리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피노초’에 아이들을 가두는 벌을 베르두스코가 가장 좋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용자 등의 고발과 달리 베르두스코는 미초아칸과 연방정부로부터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당국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베르두스코는 공공기관과 복지가 등의 후원금을 바탕삼아 시설에 초·중·고교 교육과정과 함께 음악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갖춰 정부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그를 찬양하는가 하면 각계 지도층 인사들도 그의 선행을 인정했다.

살바도르 하라 미초아칸 주지사는 “우리는 40년간 시설이 어떻게 운영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좋은 숙소를 제공하고 음식도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가족 집 출신 등 200여명이 연행된 베르두스코를 지지하는 시위를 시내에서 벌이는가 하면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27년을 생활했던 한 수용자는 “은혜를 입었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검찰은 학대 증언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수년간 범죄행위에 대한 고발이 가족 등으로부터 있었는데도 주정부 당국이 묵인한 정황을 잡고 이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베르두스코를 상대로 범죄 행위에 관여했는지를 캐물어 조만간 구속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대가족 집에서 풀려난 아동 등 수용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시설에 수용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