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식품금수 피해 가시화…EU “4억유로 긴급지원”(종합)

러시아 식품금수 피해 가시화…EU “4억유로 긴급지원”(종합)

입력 2014-08-09 00:00
업데이트 2014-08-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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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농식품 관련 기업 초비상…”러시아에도 자살골 될 것” 경고도 “유럽 농산물 가격하락 불가피”…전체 물가 영향 촉각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농산물과 식품수입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유럽 국가들이 8일(현지시간) 피해 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놓인 농식품 관련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금수 조치가 미국·유럽 경제에 몰고올 타격은 제한적이겠지만 일부 산업에서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러시아에도 장기적으로 이롭지 않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EU, 피해방지 대책 발표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러시아의 금수조치로 타격이 예상되는 피해 농가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다치안 치올로슈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회원국 피해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 조치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다음주 내놓겠다”고 밝혔고,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기금 투입 규모를 4억 유로(6천964억원)로 예고했다.

EU는 118억 유로(약 20조5천억원) 규모의 러시아 수출 봉쇄를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에 농산물을 수출하는 유럽의 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농가 보호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했다. 마레크 사비츠키 농무장관은 “러시아의 수입금지 조치는 WTO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 낙관론 우세 속 농산물 가격하락 대비 = EU는 전체 수출 가운데 러시아 식품수출 비중이 0.7%에 불과해 유럽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슈미트 독일 농업장관은 ZDF 방송에 “러시아의 수입금지 조치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농산물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러시아 시장이 닫히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의가 달리지 않는다.

BNP파리바 은행의 켄 워트렛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럽 시장의 물가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도 유럽 농산물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네덜란드 농업·화훼협회의 알버트 얀 매트 회장은 NYT에 “시장에서 상품을 거둬들이거나, 일시적으로 비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희비 교차 = 유럽 기업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반면 중남미 국가와 터키는 ‘대안시장’으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리투아니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핀란드는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비중이 14%에 이른다. 핀란드 식품회사인 ‘발리오’는 러시아 시장 공급용 우유와 유제품 생산라인을 잠정 폐쇄했다.

러시아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누려온 노르웨이 유명 연어 생산업체 ‘시푸드 인덱스’의 주가도 전날 7.8% 폭락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에 수출해온 약 30만t(8억 유로 상당)의 수산물을 판매할 대체 시장을 모색해야할 형편에 처했다.

리투아니아의 수출 감소액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판로 전환을 위해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쿠바 등의 기업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도됐다.

폴란드는 사과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어 농가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으며, 그리스는 복숭아의 러시아 판로가 막혔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도 피해국 대열에 포함된 반면 영국, 독일,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YT는 러시아가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나 터키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칠레 외교부의 안드레스 레볼레도 대외통상교섭대표는 “러시아 정부는 여러 중남미 국가들과 모임을 가졌으며 각국에 더 많은 식품 공급업자가 교역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앞서 자국에 육류를 수출할 수 있는 브라질 업체수를 30개에서 9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브라질도 육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터키 수출업협회 메흐메트 뷰육에크시 회장은 러시아의 제재가 터키 수출업체들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과일, 계란, 가금류 부문의 수혜를 예상했다.

◇ 엇갈리는 러시아 시장 전망 = 러시아의 금수조치로 러시아 국내산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러시아 식품 회사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주요 식품 회사들의 주가가 8일 모스크바 증시에서 최대 40% 가까이 뛰었다.

NYT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 이번 조치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가 득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이는 결국 러시아에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농가의 타격 만큼 결국 러시아 소비자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를린자유대학의 볼프람 슈레틀 교수는 “오래지 않아 슈퍼마켓 식료품 선반이 텅텅 빌 것”이라며 브라질의 육류 수출에 대해서도 “좀 이상하지 않느냐. 극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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