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에 러시아 경제 동요…위기 고조>

<국제유가 폭락에 러시아 경제 동요…위기 고조>

입력 2014-11-29 00:00
업데이트 2014-11-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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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환율 연일 기록 경신…정부 예산 지표 수정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하기로 합의하지 못한 데 따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져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곧바로 러시아 통화 루블화 가치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50루블, 유로당 62루블을 돌파한 루블화 환율은 29일(현지시간)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 루블화는 달러당 50.40루블, 유로당 62.85루블에 거래돼 연초 대비 달러는 56%, 유로는 37%나 뛰었다.

러시아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전날 심리적 경계선인 1천선이 붕괴해 이날 5년여만의 최저치인 974까지 떨어졌다.

루블화 약세는 지난 27일 OPEC가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하루 3천만 배럴인 현재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 폭을 키워가는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54달러(10.2%) 폭락한 66.15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2.43%(3.3%) 급락한 70.15달러에 거래됐다. 201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 정부는 OPEC의 결정과 국제유가 하락이 예상됐던 일로 크게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28일 자국 TV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유가와 루블화 가치 급락에 크게 충격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OPEC의 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러시아도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그러면서 국제 유가가 내년 1분기에 안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산 수입의 절반 정도를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국제유가 폭락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당장 폭등하는 루블화 환율이 그 징표다.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의 러시아 법인은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일 때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55루블, 유가가 65달러일 때는 60루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60루블 이상 폭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15년 예산안에서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환율을 달러당 35루블로 추산했던 러시아 정부는 서둘러 지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떨어지면 러시아 정부의 예산 수입은 100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서방의 제재 등으로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자본이 유출 가속하면서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폭락이란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한층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러시아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장기적 경기침체) 수준을 넘어 2007~2008년의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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