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30억유로 재정수지 개선…채권단 제안보다 40억유로 많아”
그리스가 9일(현지시간)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개편 등을 담은 고강도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독일은 전통적인 부채탕감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전통적 방식인 만기연장, 이자율 인하 등의 방식으로 부채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스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승인한 개혁안을 제출 요구 마감 시한인 9일 자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채권단에 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도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이 그리스의 개혁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개혁안의 재정지출 삭감 규모와 관련해서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2년간 120억 유로(약 15조1천억원)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0억 유로(약 16조2천억원)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말 채권단과 큰 틀에서 합의한 개혁안의 규모(79억 유로·9조9천억원)보다 40억 유로(약 5조원) 이상 많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낮아져 재정수입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수지 개선 규모도 종전보다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안에는 2022년까지 법정 은퇴연령을 67세(40년 근속했을 경우에는 62세)로 올리고 저소득층의 추가 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연금 체계 개선, 부가가치세 개편, 국방비 감소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낸 개혁안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선결 과제다.
유로그룹은 오는 11일 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평가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브리지론과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3년간 자금지원 협상 재개 여부를 협의하며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스가 3년간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받을 3차 구제금융의 규모는 535억 유로(약 67조원)라고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안은 그리스 정부가 앞서 내놓은 개혁안이나 지난달 채권단이 내놓은 협상안보다도 강도가 높아진 긴축안으로도 해석되면서 오는 10일 그리스 의회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리스 연립정부의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Left Platform) 측은 추가 긴축이 조건인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부정적이다.
다만, 그리스가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은 만큼 그리스 국내 합의만 이룬다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스의 채무탕감을 놓고 논란은 이어졌다.
전날 채권단의 일원인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그리스 채무의 조정 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이날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채무 경감 필요성을 시사했다.
투스크 의장은 “그리스가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는다면 채권단 역시 이에 상응해 그리스 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채무 탕감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만큼 만기 연장 등을 통한 채무 조정이 이뤄질지 관심사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채무탕감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를 재확인했다.
발칸 국가를 순방 중인 메르켈 총리는 사라예보에서 기자들에게 “전통적 헤어컷(채무탕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EU 규약 위반이라는 근거를 들어 채무탕감에는 강경했지만 삭감이 아닌 만기 연장 등을 통한 채무조정의 가능성은 남겼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 채무의 지속가능성은 헤어컷 없이는 타당하지 않으며 IMF의 채무경감 검토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채무조정에 완고했던 독일의 입장이 누그러져 그리스의 채무조정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