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민자 범죄 강조, 나치의 反유대 전략과 유사”

“트럼프의 이민자 범죄 강조, 나치의 反유대 전략과 유사”

입력 2017-03-03 16:21
업데이트 2017-03-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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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첫 의회 연설에서 불법 체류자가 저지른 범죄로 희생된 피해자를 돕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발표가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에 대해 취한 전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정 집단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식의 언행이 나치 정권의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기 위해 하던 행동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이민 범죄 희생자를 위한 약속’(Victims Of Immigration Crime Engagement·VOICE) 신설을 공표했다.

VOICE는 이민 범죄 희생자를 위한 부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불법 체류자의 총격이나 폭력으로 남편이나 아들 등 가족을 잃은 이들도 초청해 소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곧바로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민자 범죄율이 미국민 범죄율보다 높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접근은 여론을 불공정한 방향으로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민자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조장해 나라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1930년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이 유대인 혐오를 심어주기 위해 구사한 전략이 이와 비슷했다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리처드 와이카트 교수는 밝혔다.

와이카트 교수는 ‘유대인은 타고날 때부터 범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나치 지도부가 활용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며 “언론에는 ‘유대인은 그 어떤 민족과도 다르며 타고나길 범죄성이 있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도록 해 독일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오직 나치와 반유대주의가 질서를 되찾아줄 것으로 믿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사고방식이 뿌리내리도록 책이나 영화에선 유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했다. 1940년 출간된 ‘영원한 유대인’(The Eternal Jews)은 유대인을 마치 문화의 기생충이자 돈과 성의 노예로 그렸다.

동화에도 유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담아 부정적인 생각을 심었다.

그 결과 독일 사회에서 유대인의 역할이 실제 어떠한지를 들여다보기도 전에 유대인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다만 히틀러 때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을 같이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와이카트 교수는 유대인을 겨냥한 나치의 공격적이고 반복된 구호와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는 현저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당시 나치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고, 어떤 미술 작품을 보여줄지까지 결정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 미 대통령의 영향력은 한정적이어서 트럼프와 히틀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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