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국경에 쇄도하는 중미 ‘아메리칸 드림’

美텍사스 국경에 쇄도하는 중미 ‘아메리칸 드림’

입력 2014-07-22 00:00
업데이트 2014-07-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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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려는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불법 이민자 중에는 가난과 범죄에서 벗어나려는 중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의 미성년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게는 2천∼4천달러에서 크게는 1만달러의 돈을 내고 주로 미국 텍사스 남부의 멕시코 국경을 건너는 밀입국 행위는 일종의 비즈니스 식으로 운영되면서 마약 조직도 개입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미 지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에 잠입하는 ‘밀입국 사업’은 연간 무려 66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고 2010년 유엔 보고서는 밝힌 바 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국경을 이루는 수치아테강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밀입국 브로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일이 “큰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러한 사업은 ‘코요테’(coyote)라는 조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짐승의 썩은 고기를 찾아 국경지대를 어슬렁거리는 포유류인 코요테가 이들을 지칭한다.

이들 조직은 대상자들을 ‘라 베스티아’(La Bestia), 즉 짐승이라는 뜻의 ‘인간 화물 열차’에 태워 멀게는 수천 ㎞를 이동한 뒤 국경 근처의 은신처까지 도달해 최종적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방법을 쓴다.

코요테는 한 번에 적게는 수 십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실어나른다. 텍사스 남부의 미국 국경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나은 숙식 제공 등의 조건에 따라 최대 1만 달러의 보수를 요구하는 코요테도 있다.

이 돈에는 브로커가 받는 보수를 포함해 관리들에게 주는 뇌물, 열차를 운영하는 갱단에 주는 운임, 국경의 밀수 루트를 장악한 마약 카르텔에 내는 통행세 등이 포함돼 있다.

착수금은 미리 은행에 입금하거나 온라인으로 송금하고 국경까지 도착하면 나머지 절반을 주는 형식이다.

브로커들은 주로 멕시코 남부의 치아파스주 또는 오악사카주에서 밀입국자들을 라 베스티아에 태워 수도 멕시코시티에 도착한다.

이어 텍사스 남단에 접경한 동북부 타마울리파스주의 레이노사 또는 북부 치와와주의 시우다드 후아레스, 미국 애리조나주로 통하는 소노라 사막 등 3군데 중 목표를 선택한다.

국경까지 이동 거리가 가장 짧은 타마울리파스에 주로 몰린다. 이곳에 접경한 텍사스 리오 그란데 밸리는 멕시코만과 연결돼 있는데다 강둑은 덤불이 뒤덮고 있어 국경수비대의 눈을 피하기 좋다. 뗏목이나 튜브를 타고 계곡을 건너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2014 회계연도의 8개월(작년 10월∼6월)간 리오 그란데 밸리에서 미국이 적발한 미성년 불법 이민자는 5만7천명으로 2013회계연도 같은 기간의 배가 넘는다.

가족도 없이 혼자 제대로 자지도 먹지고 못하고 수천 ㎞의 여정을 거쳐 국경에 도달한 이들은 대부분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이 지역은 멕시코의 악명높은 마약 카르텔인 ‘걸프’와 ‘세타스’가 밀수 통로를 장악하고 사람과 마약, 무기, 상품 등 모든 것에 통행세를 거두는 곳이다.

수사당국에 체포된 걸프의 한 마약 조직원은 2009∼2011년 멕시코인은 250∼300달러, 중남미인은 500∼700달러, 유럽 또는 아시아인에게는 1천500달러의 통행세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거친 마약 조직원들은 가끔 살해 위협을 하면서 수천 달러를 추가로 요구하는가 하면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뜯기도 한다.

코요테 조직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브로커도 있다. 멕시코 오악사카주를 근거지로 하는 어떤 브로커는 과테말라 국경에서 미국 국경까지 가는데 1인당 2천500달러를 받는다.

그는 미국 국경 근처에서 중미인들에게 가짜 멕시코 신분증을 주고 멕시코 국가의 1절을 외우게 한 뒤 다른 브로커에게 넘긴다.

미국 당국에 적발된다 해도 멕시코인 행세를 함으로써 멕시코로 되돌려 보내지면 다시 밀입국을 시도할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멕시코인들의 미국 불법 이민은 줄고 통행세를 요구하는 마약 카르텔의 개입마저 확대되면서 밀입국에 드는 경비로 오르는 추세다.

코요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하거나 이미 밀입국한 사람들로부터 소개를 받아 새로운 대상자들을 모집한다.

코요테 조직은 복잡한 협업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경까지 안내하는 가이드는 얼굴도 모르는 우두머리를 위해 일하면서 수수료 일부만 받는다. 규모가 큰 한 코요테의 운영자는 텍사스에 살고 있다는 말도 있다.

미국 국경수비대에 검거되는 밀입국 조직원은 주로 트럭 운전사나 은신처 관리자들이다.

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재정을 다루는 세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부 코요테의 조직원은 자신이 하는 일이 마약 폭력조직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중미 국가의 마약 조직이 하수인으로 끌어들이거나 성폭행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 한 미성년자들이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미 국가의 아동들은 때로 미국 국경 근처 멕시코의 산악 지역 등 외진 곳에 수십 여명씩 버려진 채 멕시코 이민당국에 발견되기도 한다. 일부 브로커들이 국경을 넘겨주는 계약을 위반하고 돈만 받고 아이들을 내버려둔 채 달아나는 사기 행각을 벌이기 때문이다.

’나홀로 밀입국 아동’이 대거 유입되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37억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관련 문제에 관한 강경론을 내세우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1천명의 예비군 병력을 멕시코 국경에 배치해 불법 이민에 대처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북부 지역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밀입국 미성년자를 수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치는 등 미국의 대처는 중구난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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