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패 공화국’ 오명 되살아나나

이탈리아 ‘부패 공화국’ 오명 되살아나나

입력 2014-06-23 00:00
업데이트 2014-06-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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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제방사업 비리, 밀라노의 입찰 조작, 마피아의 사법부 침투.

이탈리아 사회의 각계에서 비리 스캔들이 터지며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지난 1990년대 고위 정치인들을 대거 사법처리함으로써 전후의 정당 제도를 뒤흔들었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바람이 일단락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의 이탈리아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국제투명성기구(IT)가 매긴 유럽 국가의 청렴도 랭킹에서 이탈리아는 꼴찌에서 3번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겨우 앞섰을 뿐이다.

사회 각 부문의 비리는 이탈리아 납세자들에게 연간 600억 유로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이탈리아 지부의 미켈란젤로 안데를리니 부지부장은 이탈리아를 전후 최악의 경제침체에 빠트린 2008년 경제위기 탓에 최근의 스캔들은 국민이 보기에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집권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부패 스캔들을 척결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그가 약속을 조속히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특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의해 기업 회계부정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기득권 세력을 추방할 것을 선언해 ‘데몰리션 맨’이라는 별명은 얻은 렌치 총리는 지난주 반부패 수사를 총지휘하는 라파엘레 칸토네 치안파나의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악명높은 범죄조직 ‘카모라’를 수사해 명성을 얻은 칸토네 치안판사는 “부패는 마피아와 같아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창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깨끗한 손을 원한다면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유럽평의회 반부패그룹(GRECO)은 지난주 이탈리아가 더 많은 부정부패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 큰 그물을 펼쳐야 하는데도 진전이 더디다고 평가하면서 “지극히 실망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베네치아의 시장인 조르지오 오르소니는 지난주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는 침수방지용 제방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뢰 사건이 터져 결국 사임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2천만 유로의 뇌물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밀라노 검찰은 2015년 세계엑스포 사업의 입찰과정에서 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7명의 기업인과 정치인들을 입찰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7명 가운데 2명은 지난 1990년대초 부패 혐의로 실형을 산 인물들이다.

2주전 이탈리아 금융감독기관의 2인자가 세금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금융감독기관이 부패를 적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폴리에서는 한 마피아 조직 두목의 폭로로 판사들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판사들이 뇌물을 받고 살인죄를 면해주었다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도 “부패한 정치인, 부패한 기업인, 부패한 사제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교황은 “부패한 자들의 파티를 위해 돈을 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며 청구서는 이들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주간지 렉스프레소의 편집장 브루노 만펠로토는 ‘마니 풀리테’와 최근의 스캔들 수사에서 나타난 차이점은 정치인과 썩은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장관, 차관, 치안판사, 금융경찰, 정보기관들도 관여돼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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