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가 된 학교 건물 오지않는 옆자리 친구… 가자지구 눈물의 등교

누더기가 된 학교 건물 오지않는 옆자리 친구… 가자지구 눈물의 등교

입력 2014-09-16 00:00
업데이트 2014-09-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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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교복을 깨끗이 차려입은 열한 살의 타마 투타는 “예전처럼 학교 오는 게 재밌지 않다”고 했다. 학교 건물의 벽은 일부가 무너져 있고, 지붕에는 구멍이 뚫려 있기 일쑤다. 그나마 성해 보이는 부분에도 파편과 총알이 박혀 있다. 이런 황량한 풍경보다 투타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군데군데 눈에 띄는 빈자리들이다. “친구들을 찾아봤는데, 죽거나 다쳤대요.” 투타가 손으로 가리키는 비어 있는 자리에는 죽은 아이들의 이름표만 놓여져 있을 뿐이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자이야 지역에서 한 여학생이 개학 첫날 등교한 뒤 학교 건물 난간에 기대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50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을 증언하듯 학교 건물이 누더기처럼 낡아 있다. 시자이야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자이야 지역에서 한 여학생이 개학 첫날 등교한 뒤 학교 건물 난간에 기대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50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을 증언하듯 학교 건물이 누더기처럼 낡아 있다.
시자이야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50만명의 학생들이 다시 학교를 찾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개학 풍경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의 학교는 2100명이 숨진 50일간의 치열한 전투 기간 동안 사실상 폐쇄됐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었고, 26개 학교가 완전히 파괴됐으며 경미한 피해가 아니라 복구작업이 필요한 피해를 입은 학교는 232곳에 이른다. 그나마 성한 곳이 유엔 학교인데 여기에는 여전히 난민 5만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춰서 개학을 하느라 개학 일정만 2주 정도 늦췄다.

가자지구 교육부 장관인 지아드 타베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받은 충격이다. 전쟁과 죽음의 공포를 치료하기 위해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타베트 장관은 “1만 1000여명의 선생님들과 3000여명의 교장 및 교육 행정가들에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우선적으로 교육시켰다”고 설명했다.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잃어버린 친구를 찾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일러 두는 것이다. 아이들을 되도록 따로 두지 않고 한데 모아 함께 노래 부르고 뛰어놀게 하는 등 서로 어울리게 하는 특별활동도 크게 늘렸다. 유엔 산하 기구 등은 상담 전문가 수백 명을 각급 학교에 파견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다. 초등학교 교사 아크람 알파레스는 “상황이 너무 암울하다”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학교들은 정상적으로 개학한 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이유로 여름방학을 선언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09-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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