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산타’ 한여름 ‘이브’

백마 탄 ‘산타’ 한여름 ‘이브’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12-23 17:24
업데이트 2016-12-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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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지구촌은

350년 교황 ‘그리스도 탄생일’ 선언 … 동방정교 국가는 13일 늦은 1월 7일
러시아는 순록 대신 미녀 파트너…아르헨티나는 찬 사과주스 마시며 파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 세계가 성탄절 분위기 내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빨간 옷을 입은 산타가 트리 등에 걸린 양말에 몰래 선물을 넣어 두고 가는 날로 생각하지만 모든 나라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2000년 가까이 전 세계로 퍼지며 각 지역의 전통을 흡수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돼 왔다. 지구촌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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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서기 382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한 이후 전 세계로 퍼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시드니 본디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성탄절을 만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는 서기 382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한 이후 전 세계로 퍼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시드니 본디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성탄절을 만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비기독교 문화권 亞·아프리카서도 성대히 치러

크리스마스는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을 합친 말로 ‘구세주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종교 예식이다. 12월 25일이 예수의 실제 탄생일인지는 알 수 없다. 기독교와 로마제국 간 정치적 타협 과정에서 태양신 축일인 동지(冬至)를 성탄절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로마 연감 기록 등에 따르면 기원 전부터 로마와 이집트에서는 페르시아의 영향으로 매년 12월 25일을 ‘무적의 태양신’ 축일로 기념했다. 동지를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에 착안해 ‘빛이 어둠을 이기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날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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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서기 382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한 이후 전 세계로 퍼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동방정교회에 속한 러시아는 크리스마스가 1월 7일이다. 모스크바의 한 정교회 사원에서 신자들이 1월 6일 성탄 전야 ‘사첼닉’ 예배를 위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는 서기 382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한 이후 전 세계로 퍼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동방정교회에 속한 러시아는 크리스마스가 1월 7일이다. 모스크바의 한 정교회 사원에서 신자들이 1월 6일 성탄 전야 ‘사첼닉’ 예배를 위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3세기 초만 해도 로마 일부 기독교도는 크리스마스를 예수 세례일로 알려진 1월 6일에 치렀다. 사람인 예수가 이날 그리스도로 거듭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기 336년에 아기 예수 탄생일인 12월 25일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처음 열렸다. 350년 교황 율리우스 1세는 12월 25일이 그리스도 탄생일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때부터 로마에 ‘태양=예수’ 개념이 생겨났다. 자연스레 태양신 축일이 크리스마스에 통합됐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가 예수보다 더 오래전에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지만 러시아와 그리스 등 10여개 나라에선 이듬해 ‘1월 7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린다. 기독교계는 기원전 45년 만들어진 율리우스력(태양력)을 써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역법과 실제 시간이 맞지 않자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그레고리력(신태양력)을 제정했다. 로마 교회와 반목하던 동방정교계는 새 역법을 쓰지 않고 율리우스력을 고수했다. 그레고리력은 기존 역법보다 매년 11분이 빠르다. 새 역법이 제정된 지 400여년이 지난 현재 두 역법 간 시차는 13일로 벌어졌다. 동방정교 국가들은 지금도 율리우스력을 써 크리스마스 행사를 서구보다 13일 늦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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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日 등 40여개 국가 공휴일로 지정 안 해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문화권인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는 물론이고 비(非)기독교 지역인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성대히 치러진다. 중동 지역으로 이슬람 국가인 레바논과 요르단, 인도네시아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다.

이집트(콥트교)나 이라크(아시리아 교회)도 토종 기독교도가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배려한다. 세속국가 터키와 국제도시 두바이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성대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기독교인의 크리스마스 행사 참여를 허용한다. 다만 십자가 등 상징물을 외부에 보여선 안 된다. 중동 국가가 크리스마스에 비교적 관대한 것은 예수가 이슬람교에서도 주요 성인(聖人)으로 인정받아 무슬림이 이날을 길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과 중국, 일본 등 40여곳이다. 대부분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려 있다. 중국에선 홍콩과 마카오에서만 공휴일이다. 대만은 12월 25일이 공휴일이지만 이는 제헌절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태어난 이스라엘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다. 예수를 ‘선지자’로 보지 않아서다.

●가까운 지인에게 카드 보내는 풍습 영국서 시작

크리스마스는 오랜 기간 지역 전통과 결합해 다채롭게 발전됐다. 17세기 초 명나라 쉬자후이(상하이)에서도 행사가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어권 국가에선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을 ‘크리스마스이브’(성탄 전야제)로,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을 ‘박싱데이’(이웃과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부르며 연말 분위기를 이어 간다.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가까운 친지에게 카드를 보낸다. 이 풍습은 전 세계로 퍼져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됐다. 성탄 아침에는 치즈를 발라 요리한 공작새 고기를 먹는다. 축구의 나라답게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가 진행된다.

아일랜드인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집안 창문을 조금 열고 촛불을 켜 둔다.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를 낳기 위해 숙소를 찾아 헤매던 어려움을 다시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다. 네덜란드에서는 천사가 백마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전설에 따라 산타가 흰말을 타고 마을 곳곳을 찾는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는 남미국가에서는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각종 축제를 진행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가족이 모여 차가운 사과주스를 마시며 음악이 동반된 축하연을 연다. 당일 자정에는 축포를 쏘며 소원도 빈다. 칠레에선 무용수가 다양한 종류의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춤을 춘다. 멕시코에서는 집안 한 곳을 마구간처럼 꾸며 아기 예수 인형을 눕힌다. 러시아에는 ‘데드 모로자’(얼음 할아버지)라는 현지식 산타가 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12월 31일에 오는데, 순록 대신 ‘스네구르카’(눈의 아가씨)로 불리는 미녀 파트너와 함께 다닌다.

최근 크리스마스는 문화 간 갈등에 휩싸이며 상업화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인사법을 두고 의견이 양분돼 있다.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에 따르면 소매업자들이 성탄 및 새해 인사로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스’(행복한 연휴)가 비슷하게 갈려 있다. 미국에선 유대인 등 비기독교인을 고려해 ‘해피 홀리데이스’를 많이 쓰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성탄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써야 한다”고 주장해 기독교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석가탄신일 등과 달리 소비 지향적 분위기 우려

부처의 탄생일인 석가탄신일이나 유대교 축일 하누카 등이 차분하고 엄숙하게 진행되는 데 비해 유독 크리스마스만 시끄럽고 소비 지향적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한 비난도 크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1년 성탄 전야 미사에서 “성탄절이 한낱 상업적 기념일로 전락한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사도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제20조 2항에 위배된다”며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국가의 근간인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이 2008년 법정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이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서는 1949년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 대통령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기독교 신자가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개인의 종교가 공휴일 지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12-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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