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스플라이스’ 나탈리 감독 인터뷰

[현장 톡톡] ‘스플라이스’ 나탈리 감독 인터뷰

입력 2010-06-29 00:00
업데이트 201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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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새 생명체 그후 세상을 걱정할 때”

탐구욕을 이기지 못한 과학자 부부 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제약회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인간과 다양한 동물의 유전자가 결합된 변종생물체를 탄생시킨다. 이들은 변종생물체에 ‘드렌’이란 이름을 붙이고 남몰래 보살피며 관찰한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스플라이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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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나탈리 영화감독 연합뉴스
빈센조 나탈리 영화감독
연합뉴스
이 영화에서 메가폰을 잡은 빈센조 나탈리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큐브’(1998)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 하나로 일약 SF 장르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번에 그가 도전한 영역은 변종 생물체 영화. 최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영화의 의미를 물었다.

나탈리 감독은 영화의 문제 의식부터가 기존의 변종 생물체를 다룬 영화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새 생명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라고 요약했다. 신의 섭리와 과학자로서의 탐구욕 사이의 고민, 부부간의 다툼 등이 있긴 하지만, 이는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문제는 탄생 이후다.

영화는 드렌을 다루는 과학자의 심리와 드렌의 변화에 주목한다. “어쩌면 이런 일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일 수 있겠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이를 자연스러운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도 변한다. 이제 그 이후를 걱정할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까닭에 영화는 공포 코드로부터 자유롭다. 스피시즈나 프랑켄슈타인 등 변종 생물체를 다룬 영화들이 서구 특유의 기독교적 관점에서 과학자들의 그릇된 탐구욕에 대한 반성을 염두에 두고, 그 파멸을 유도하기 위해 공격적인 성향을 주입시킬 때가 많지만 스플라이스는 인간과 변종 생물체의 관계에 주목할 뿐이다. 인간에게 굳이 도의적 책임을 씌우려 하지 않는다. “스플라이스는 인간과 변종 생물체의 심리상태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한 얘기다. 히치콕 식의 공포감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영화의 말미에 드렌이 ‘생식’을 위해 가학적으로 변하는 장면이 다소 꺼림칙하다. 꽤나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왜 이런 뉘앙스를 풍겼는지 물었다. 나탈리는 이를 인간과의 유사성 때문이라 설명한다. “인간은 자기 파괴를 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폭력성을 타고난 것일까? 드렌도 마찬가지다. 그가 폭력을 가할 땐 이유가 있었다. 환경에 따라 인간이 달라지듯 드렌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다. 종교가 뭐냐고. ‘없다.’라고 대답한 나탈리는 금세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나는 일단 종교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복제에 대해 종교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 어려운 영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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