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미디··· “‘웃찾사’ 폐지에 개그맨 줄줄이 떠나”

위기의 코미디··· “‘웃찾사’ 폐지에 개그맨 줄줄이 떠나”

입력 2010-10-17 00:00
업데이트 2010-10-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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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에서는 코미디 공연이 한창이었다.

 모태가 된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2주전 막을 내렸지만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이 만드는 공연은 계속되고 있었다.

 230석 규모의 공연장에 관객은 30여명.객석의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지만 관객들은 단출한 무대 위 개그맨들의 열연에 커다란 환호로 화답했다.

 공연 관계자는 “평일엔 거의 관객이 없지만 주말에는 100명 정도 든다”며 “코미디 프로가 여러해 침체되면서 관객이 줄어든 지는 한참 됐다”고 말했다.

 ◇코미디 프로 폐지는 ‘설상가상’=침체된 대학로 개그계에 ‘웃찾사’의 폐지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공연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웃찾사’는 개그맨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통로였고 희망이었다.

 7년 반을 이어온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만큼 ‘웃찾사’가 쉽게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개그맨들은 많지 않았다.

 이미 8월말 폐지설을 접한 출연진은 지난달 24일 녹화 현장에서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전달했다.

 그러나 그날이 마지막 녹화가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SBS가 폐지를 최종 결정하면서 ‘웃찾사’는 추가 녹화 없이 지난 2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웃찾사’가 없어지고 불과 2주 사이 공연장을 떠난 개그맨들이 적지 않다.

 공연 제작사 이엔티팩토리 송승호 실장은 “‘웃찾사’ 폐지 후 이탈률이 크게 늘었다”며 “현재 소속 개그맨 60여명 중 20명 정도가 동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개그맨들의 이탈은 ‘웃찾사’ 폐지 이전부터 시작됐다.이엔티팩토리 소속 개그맨들은 지난해 120명에서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한 개그맨은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다 보니 개그의 길을 아예 포기한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계유지가 문제였다.

 공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 출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출연 프로의 종영은 타격이 컸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수단이 사라졌다는 점도 스타를 꿈꾸는 신인들이 무대를 떠나게 했다.

 한 개그맨은 “‘웃찾사’가 있을 때는 ‘방송에 나갈 수 있다’며 자식의 앞길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안심시킬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송 실장은 “일주일 내내 고생하며 개그 짜고 공연하는데 길을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 비참하게 한다”고 말했다.

 ◇코미디 침체 원인은 세대교체 실패=지상파 방송사에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같은 방송사 ‘개그 스타’가 있지만 방송된 지 1년 밖에 안됐고 시청률도 2%대에 불과하다.

 MBC는 ‘하땅사’ 후 야심차게 선보인 ‘꿀단지’가 시청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3개월 만에 폐지하고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제작비는 ‘꿀단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깎였고 형식도 콩트와 토크를 섞어 정통 코미디에서 변화를 꾀한다.

 SBS는 ‘웃찾사’ 후속 프로그램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러나 제작진이 이전과 다른 형식을 고심하고 있는 이상 ‘웃찾사’와 같은 공개 코미디가 될 가능성은 낮다.

 방송 관계자들은 공개 코미디 부진의 원인으로 세대교체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SBS 이창태 CP는 17일 “개그는 소모적인 특성상 새로운 피가 계속 수혈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선배는 신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인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진부하고 식상한 개그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그콘서트’는 내부적으로 신구 개그맨들의 조화와 탄탄한 코너 구성력으로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는 KBS 연출진이 캐스팅과 코너 선택권을 쥐고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한 점이 유효했다.

 또한 뉴스 시간대인 일요일 밤 9시 장기간 고정 편성이라는 편성상의 이점도 작용했다.‘웃찾사’가 여러 차례 방송시간을 변경하다 폐지 직전 개편에서 토요일 밤으로 옮겼고 ‘꿀단지’도 일요일 아침 방송된 것과 대조된다.

 “‘웃찾사’가 방송 중일 때는 예전에 없어진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폐지됐는데 폐지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송 실장의 말은 그만큼 ‘웃찾사’가 편성상 이점을 보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국민에게 웃음 준다는 희망 버리지 않아”=그러나 개그맨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웃찾사’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들은 바로 이어질 다음 공연을 위해 무대 위를 쓸고 의상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지난해 ‘웃찾사’에 출연했던 개그맨 이상철은 “‘웃찾사’ 폐지 후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지금은 다들 개그를 짜면서 무대에 오를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개그맨 강재준도 “어차피 스타가 되려고 하는 마음보다 사람들을 웃기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며 “방송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엔티팩토리는 연말까지 ‘웃찾사’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계속한다.장기간 공연해 온 만큼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웃찾사’ 후속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송 실장은 “언젠가는 ‘웃찾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어차피 쉬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며 “시간을 두고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SBS는 기존 형식의 코미디로만 프로그램을 꾸미기는 어렵다고 보고 콩트와 토크 등을 섞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창태 CP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웃찾사’라는 브랜드까지 포기한 이상 이전과는 다른 형식을 선보일 것이다.기존 ‘웃찾사’ 출연진을 출연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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