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모든 무대가 치열한 서바이벌이죠”

인순이 “모든 무대가 치열한 서바이벌이죠”

입력 2011-03-30 00:00
업데이트 2011-03-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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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세종문화회관서 ‘더 판타지아’ 공연

올해로 데뷔 33년된 가수 인순이(54)가 보여주는 세계는 스펙트럼이 넓다.

나이트클럽, 시골 군민 잔치부터 세종문화회관, 미국 카네기홀 등 어떤 무대에서도 주인공이 된다. 또 ‘뮤직뱅크’ ‘7080 콘서트’ ‘가요무대’ 등 세대 차가 뚜렷한 방송도 아우른다.

1978년 희자매 시절 데뷔곡 ‘실버들’부터 최근 신곡인 힙합 댄스곡 ‘어퍼컷’까지 장르의 한계없이 음악도 회춘을 거듭한다. 히트곡 ‘밤이면 밤마다’ 때나 지금이나 섹시한 웨이브 춤도 녹슬지 않았다.

이 대목들은 지금 가요계에서 50대의 인순이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입지를 말해준다.

지난 29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인순이는 “많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지금의 내가 됐다”며 “스스로를 달달 볶는 성격, 관객이 원하는 어떤 무대든 오르겠다는 생각이 내 한계를 하나씩 지워줬다”고 했다.

요즘도 그는 인생이 고달플 정도로 새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오는 5월 7-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더 판타지아(The Fantasia)’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그는 “모든 무대는 치열한 격전장”이라며 웃었다.

”말로는 무대를 즐긴다지만 팬들의 마음에 들려면 준비 과정이 치열하죠. 관객이 좋아해야 살아남으니까요. 전 행사에서도 행사 취지, 관객 연령대에 맞춰 현장에서 곡목을 바꿔요. 어르신이 많으면 그날은 트로트죠. 또 ‘열린음악회’가 경상도.전라도.충청도, 학교.공설운동장 등 어디냐에 따라서도 노래가 달라져요.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니 모든 무대가 서바이벌이죠.”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판타지아’란 주제로 관객과 소통할 ‘꺼리’부터 찾았다. 라스베이거스 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시각적 판타지’,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판타지’로 밑그림을 그리고 레퍼토리를 촘촘히 박는 작업을 했다.

그는 스스로 ‘히트곡이 많지 않은 디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히트곡이 많았다면 전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거예요. 남의 곡을 부르며 원곡자 만큼 부르려고 노력했거든요. 공연을 ‘당신’ 곡으로 채우는 대선배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다행히 과거 첫 공연 때 제 곡 4-5곡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절반 이상을 제곡으로 채워요.”

오히려 약점은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는 “공연 때마다 새로운 곡을 채우다보니 매번 새로운 공연이 된다”며 “그래서 관객들이 ‘이번에 인순이는 뭘할까’란 기대를 가져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무대에서도 그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과 DJ.DOC의 ‘런투유’ 등 젊은 세대곡, ‘7080’ 세대 롤러장을 대표하는 음악, 추억의 전통가요 메들리, 뮤지컬 ‘시카고’와 ‘페임’의 한 대목을 선보인다.

”’링딩동’처럼 젊은 친구들 노래의 비트와 발음은 따라가기 힘들어요. 또 왕년에 한 춤 췄지만 노력 안하면 안 되고요. 제가 신곡 작업 때 주로 젊은 작곡가와 하는데 ‘어린 후배들과 똑같이 지적해달라’고 부탁해요. 그래야 제가 발전하니까요.”

인순이의 가수 인생 33년은 환경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시간들로 느껴졌다.

그는 “난 혼혈이란 뿌리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살았다”며 “난 150% 노력해야 사람들이 80-90%를 알아줬다. 많이 넘어져 보니 어떻게 넘어져야 덜 아픈지, 빨리 일어나는지 알겠더라. 이젠 90% 노력하면 120%를 알아준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넘어진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자 그는 메시지가 있는 노래를 부른다. 희망을 노래한 ‘하이어(Higher)’, 한번 사는 인생에서 후회없이 살자는 ‘어퍼컷’도 같은 맥락의 곡이다.

그는 자신에게 힘이 돼준 곡들도 꼽아봤다.

”’아름다운 우리나라’는 혼혈인 제가 ‘난 대한민국 사람이거든’이라고 대중 앞에 도장을 찍은 노래예요. 또 ‘비닐 장판 위의 딱정벌레’는 1987년 혼혈의 이야기를 직접 쓴 소설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의 OST 곡이었는데 무척 의미있는 노래고요.”

인순이는 무대가 있었기에 화려한 조명 아래서 살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관객이 있는 모든 무대는 규모와 장소를 막론하고 소중하다.

”제가 대중 가수에게 인색한 예술의전당 얘기를 했을 때 ‘나이트클럽에 서는 사람이..’란 말도 들었어요. 저는 나이트클럽에서 ‘픽업’돼 방송에 나갔고 지금도 그곳에서 공연해요. 며칠 전 상계동의 클럽에서 제 노래에 귀 기울여주는 관객들이 고마워 눈물이 났어요. 제겐 카네기홀도 좋지만 모든 무대가 소중해요.”

그는 무대가 주는 힘을 믿는다.

그는 “쓰러질 것처럼 아파도 얼굴에 분 바르고 극장 근처에 가면 순간 치유가 된다”며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도 웃으며 노래하고 내려와서 펑펑 울었다. 아마 무대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섰던 MBC TV ‘나는 가수다’도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재조명되는 무대가 되길 바랬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찬성할 만한 무대예요. 하지만 서바이벌로 인해 상처받는 가수의 마음도 헤아려줬으면 해요. 또 중견 가수의 무대를 즐길 줄 아는 관객이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관객의 거침없는 인정이 가수에게는 보약이거든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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