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왔나

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2-02-10 00:00
업데이트 2012-02-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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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에 상량, 오는 12월에 완료

사회적 불만을 가진 이의 방화로 어처구니없게 희생됐던 숭례문은 원형 복구한다는 원칙에 따라 복원공사가 진행됐다.

화재가 난지 어느새 4년을 맞은 10일,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이 어떻게 진행됐으며 향후 일정은 어떤지 공개했다.

◇75% 공정..12월 복구 완료 = 숭례문 복구사업은 ‘숭례문 복구 기본계획’에 따라 화재 직후에 시작됐다. 화재 수습, 고증, 설계 등의 준비를 거쳐 실제 복구공사에 착수한 것은 2010년 들어서면서였다.

복구는 문루(門樓)와 좌우측 성벽 복원의 두 가지 방향으로 크게 진행됐다.

숭례문이라고 하면 흔히 ‘숭례문’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던 2층짜리 목조건축물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그 문루를 떠받치는 아치형 문이 난 석축인 ‘육축’과 세트를 이뤄야 비로소 ‘문’(門)이 성립한다.

숭례문이 화마에 쓰러지고 나서도 국보(1호)라는 자격을 유지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육축이 멀쩡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문루 또한 생각만큼 훼손이 극심하지는 않았다. 2층은 90% 이상이 훼손돼 회복 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봤지만 1층은 10%가량만 훼손됐을 뿐, 대부분은 멀쩡했다.

문루는 10일 현재 전체 공정률은 75%를 보이고 있다. 1층 목구조 설치가 끝났으며 2층 조립 중이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기와잇기와 단청작업이 들어가게 된다.

육축을 제외한 좌우측 성벽은 총 69m 구간을 복원하는데 오는 6월 말이면 다 끝난다. 남산으로 올라가는 동쪽 성벽은 53m를 복원하지만 반대편 서쪽 구간, 그러니까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쪽은 대로가 지나가는 바람에 16m 구간만 복원한다.

◇전통기술에 의한 원형 복원 원칙 = 숭례문 복구단장인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은 “숭례문 복원이 우리 문화유산 복원에서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전국의 문화유산 복원 현장이 대체로 ‘전통기술에 의한 원형 복원’을 표방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을 자인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숭례문 복구는 화재 이전 모습을 원래대로 최대로 되살리되, 철저히 전통기술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공사기간 지연과 노임 체불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한때 일기도 했다.

신응수 대목장이 지휘하는 목수들이 기계톱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공구로 일일이 치목(治木. 나무다음기)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었다.

최 국장은 “지금 당장은 더디고 힘들지 모르지만, 한번 원칙을 세워놓고 해 보면 이것이 향후 다른 문화유산 복원사업에도 원칙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통기술에 의한 원형 복원 원칙에 따라 기존 부재 중 사용할 만한 것은 최대한 재사용하고, 고증과 발굴조사를 통해 근대기 성벽 철거·변형 이전 모습으로 성곽과 지반을 복원한다.

이를 위해 신 대목장과 홍창원 단청장, 이재순(석조각)·이의상 석장, 이근복 번와장, 한형준 제와장을 비롯한 각 분야 장인이 해당 분야 복원을 담당토록 했다. 이들 장인 중에서도 구순을 바라보는 한형준 제와장은 실제 작업은 전수조교인 김창대 씨가 하지만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나아가 문화재 복원사업에서 대행과 하청에 따른 잡음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숭례문 복구공사는 문화재청이 전액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해 직접 하고 있다.

◇상량식에서 완공까지..향후 일정 = 복구공사는 오는 12월13일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상반기 공정 중 하이라이트는 다음달 8일로 예정한 상량식. 상량(上樑)이란 종도리를 올리는 일이다. 고건축계에서는 “종도를 올리면 대부분의 목공사가 완성된 것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건축의례를 행하게 되는 이를 상략식이라고 한다.”(한국건축역사학회 편 ‘한국건축답사수첩’. 동녘. 2006)

그만큼 전통건축에서 상량식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상량식을 계기로 문루 복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물론 기와잇기와 단청 작업도 중요한 단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두 작업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이른바 외출 채비를 하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비한 방재시스템을 설치하고 지반을 복원하며 광장도 조성한다.

적외선 열감지기와 연기 감지기, CCTV 등의 첨단 감지장치를 설치하고,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화용 방재설비도 갖춘다.

숭례문 지반은 화재 이후 발굴조사 과정에서 조선 전기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이상적인 복구안은 숭례문 창건 당시 지반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현재 지반보다 약 30cm 정도 내려가는 조선 중·후기 지반을 노출할 예정이다.

◇기와 2만5천장에 목재 4만주..각종 기록 = 숭례문은 주변에 너무 많은 현대식 고층 건물이 들어선 까닭에 상대적으로 작은 느낌을 주지만 전통건축으로는 규모가 엄청나다. 이는 이번 복구에 들어가는 예산이나 자재 규모에서 엿볼 수 있다.

총공사비는 2009년 연말 이래 올 연말까지는 투입할 복원비만 168억원. 그 이전 사고수습 비용 등을 합치면 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숭례문 문루에 들어간 목재 총 수량은 약 13만재. 이중 4만7천600재가 훼손됐다. 대들보를 비롯한 대경목(특대재) 등 4만2천재는 이미 확보해 건조 중이다. 삼척 준경묘와 국민기증 형식으로 상당수를 확보해 목재 수습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 전언이다.

기와는 90% 이상 파손됐으니 이번 복구에 들어가는 기와는 실상 이번에 전부 다시 제작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제 소요량 2만2천586장 중 일반기와는 2만2천500장, 장식기와는 86장이다.

못을 비롯한 철물은 2천470점이 필요한데 복구 현장에 설치한 대장간에서 계속 만드는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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