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광기의 철학자’ 푸코를 다시 읽다

‘권력과 광기의 철학자’ 푸코를 다시 읽다

입력 2012-02-14 00:00
업데이트 2012-02-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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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 출판사, ‘푸코 심포지엄’ 개최 ‘미셸 푸코’ 평전도 출간

장 폴 사르트르 이후 전 세계 사상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철학자, 프랑스 68혁명이 낳은 스타 지식인, ‘광기의 역사’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 철학의 지형을 바꾼 철학자, ‘베트남 보트피플에 배 보내기’ 운동 등을 전개한 행동하는 지성….

미셸 푸코(1926-1984)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화려하다.

권력과 광기, 성(性)에 대한 그의 탐구는 구조주의는 물론 포스트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신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동료 철학자 질 들뢰즈는 푸코를 “19세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유일한 철학자”라고 평가했다. 푸코의 30년 지기였던 프랑스의 역사학자 폴 벤느는 “푸코는 우리가 생각했던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며 푸코에 대한 이런저런 억측을 차단하기도 했다.

한국 지성계도 푸코에게 빚을 지고 있다.

특히 권력에 대한 푸코의 탐구는 해방 이후 군부 독재로 인한 한국 사회의 권력 비대화 문제를 거시적 차원뿐 아니라 미시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의 ‘통치성 이론’은 최근 신자유주의가 낳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석의 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린비 출판사는 오는 22-23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푸코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 ‘푸코 이후의 정치와 철학’을 연다.

푸코 사상을 연구해온 8명의 학자가 나와 푸코의 사상이 오늘날 사회를 분석하고 변화시키는 데 어떤 참조점과 분석의 틀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푸코, 역사와 정치의 만남’(고원), ‘사회과학 방법론으로서의 정치분석’(임동근), ‘푸코의 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정치’(홍태영), ‘푸코와 사회적인 것’(서동진), ‘푸코와 근대성의 놀이들’(허경), ‘푸코의 유명론과 주체성론’(심재원), ‘푸코와 민주주의’(진태원), ‘예속적 주체성에서 해방적 주체성으로’(심세광) 등의 주제 발표가 예정돼 있다.

8명의 발표자는 ‘푸코에게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푸코의 이론은 민주주의를 새롭게 사고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답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린비 출판사는 “푸코는 1984년에 사망했지만, 그의 사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면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낡은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사상가, 그가 바로 푸코”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유효한 ‘권력’과 ‘담론’의 철학자로서 푸코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자 한다”면서 “무엇보다 ‘통치성’이나 ‘사목 권력’ 같은 새로운 개념의 창안자로서 푸코의 모습을 밝혀 봄으로써 푸코 사상의 전반적 지형도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포지엄을 앞두고 푸코 평전 ‘미셸 푸코, 1926-1984’도 출간했다.

저자인 디디에 에리봉 프랑스 아미앵대학 교수는 광기와 섹슈얼리티 등의 개념으로만 해석돼온 푸코의 진면목을 펼쳐보인다.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의 기자로 활동하며 푸코와 직접 교류했던 저자는 푸코와 가깝게 지낸 지인들과의 인터뷰, 푸코의 저서 등을 토대로 ‘인간 푸코’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고등사범학교 입학에 실패해 좌절과 방황의 나날을 보냈던 것부터 자살 충동으로 힘겨워했던 고등사범학교 재학 시절, 동성애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절, 에이즈에 걸린 후 차분하게 삶을 정리한 모습 등 푸코의 어두운 면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푸코의 사유가 형성되는 과정은 물론 사르트르, 알튀세르, 데리다 등 당대 사상가들과 벌인 논쟁을 재구성해 푸코 개인의 사상을 넘어 당대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지도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또 냉전과 베트남전쟁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행동하는 지성’의 모범을 보였던 푸코의 모습을 소개한다.

푸코는 죽기 석 달 전인 1984년 3월28일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다.

”자, 이 분석작업에서 여러분에게 아직도 할 말이 많은 데 하지만 너무 늦었군요. 고맙습니다.”

푸코는 못내 아쉬움을 표현하며 강의를 마쳤지만 그의 사상은 거대한 숲을 이루며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현대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푸코의 저서와 전기를 다수 번역한 박정자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그린비 출판사는 푸코 평전을 시작으로 ‘그린비 인물 시리즈’를 펴낼 계획이다.

604쪽. 2만 5천 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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