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 출신 첫사장 길환영號 KBS의 앞날은

KBS PD 출신 첫사장 길환영號 KBS의 앞날은

입력 2012-11-10 00:00
업데이트 2012-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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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공영성 강화, 내부통합·수신료 현실화 등 과제 KBS새노조 “본부장 재임시 불신임률 88%..파업 등 결사 항쟁”

길환영(58) KBS 차기 사장 후보자는 사장에 취임하면 KBS PD 출신으로는 첫 KBS 사장에 오른 인물이 된다.

그간 KBS에서는 주로 기자 출신 사장이 배출됐으며, 홍두표 전 사장은 TBC PD 출신으로 중앙일보 사장을 거쳐 KBS 사장에 취임했다.

길 후보자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공채 8기로 KBS에 입사해 파리 주재 PD특파원과 대전방송 총국장 등을 거쳐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 본부장을 역임했다.

2011년 9월 KBS 부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이력만 보면 PD가 중심이 된 제작국에서는 반길 만한 인물이지만 길 후보자는 콘텐츠본부장 시절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률 88%를 기록하는 등 내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기자와 PD가 중심이 된 새노조는 당시 길 후보자가 ‘이승만 다큐’ ‘이병철 탄생 기념 열린음악회’ 등의 제작을 주도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정권에 편향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가 사장에 취임하면 새노조는 파업 등을 통해 사장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KBS 이사회가 길 후보자를 차기 사장으로 낙점한 데는 KBS 현행 체제의 지속·유지에 그가 적역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규 사장 아래서 콘텐츠본부장을 거쳐 부사장에 오른 인물인 만큼 현 KBS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꾀하는 데 길 후보자는 맞춤형 인물로 평가된다.

KBS 관계자는 “김인규 사장 체제 아래서 올초 간부급이 싹 물갈이됐는데 유일하게 길환영 씨만 콘텐츠본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됐다”며 “이를 봐서도 길 후보자가 현 KBS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인물로 평가받은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그러나 조직의 안정성이 담보된다고 해도 새로 출범하는 ‘길환영호(號) KBS’의 앞길에는 과제가 산적했다.

당장 새노조가 길 후보자의 정권 편향성을 지적하며 퇴진 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부 분열을 수습해야 한다.

KBS는 기본적으로 새노조와 다수노조인 1노조로 사원이 양분되는 등 직종 간, 세대 간, 이념 성향에 따른 갈등이 커 ‘내부 통합’이라는 숙제를 안은 데다 신임 사장에 대한 반응 역시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돼 혼란이 예상된다.

공영성 강화와 공정성 확립은 KBS에 요구되는 가장 큰 과제다. 이는 김인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제1 공약으로 내세운 수신료 현실화가 무산된 것과도 연계되는 핵심적인 사안이다.

KBS 수신료는 1981년 월 2천500원으로 확정된 뒤 지금까지 30년 넘게 동결된 상태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를 현실화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을 밝히며 2010-2011년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수신료 현실화는 KBS의 공영성, 공정성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 등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김인규 사장 임기 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김 사장이 이번에 연임에 도전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도 수신료 현실화의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수신료 현실화 과정에서 이른바 국회 도청 파문까지 불거져나오는 등 KBS는 수신료에 올인했지만 김 사장 임기 내 제작된 다수의 프로그램이 역사왜곡, 독재찬양,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뉴스 리포팅에서도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KBS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수신료 인상은 좌초됐다.

KBS는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 2013년에 제대로 된 재원구조를 만들 수 없게 됐다고 밝혀 이 문제는 KBS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영향을 끼칠 듯하다.

앞서 김인규 사장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내년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든지 제작비를 줄이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KBS가 공영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것 역시 신임 사장에게 안겨진 과제다.

KBS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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