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비리의 근원은 괴물신학 ‘아르뱅주의’”

“한국교회 비리의 근원은 괴물신학 ‘아르뱅주의’”

입력 2014-02-13 00:00
업데이트 2014-02-13 15: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헌금 횡령, 성추문, 논문 표절……. 개신교 목회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진심 어린 회개와 사과도 없이 여전히 대형교회 담임목사를 하거나 버젓이 새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몇몇 교회지도자들의 우발적인 도덕 스캔들이 아니라 신학의 실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장 신학자인 대전 열음터교회 신광은 목사는 최근 출간한 ‘천하무적 아르뱅주의’에서 “목회자들의 비리는 고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신학적 기반 위에서 저지르는 체계적이고도 구조적인 그리고 매우 악질적인 죄악상”이라고 주장한다.

신 목사는 한국 교회의 윤리적 실패가 신학적 요인과 얽혀 있다고 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왜곡돼 온 구원론에 관한 신학이 한국 교회의 도덕적 실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신학을 제멋대로 결합시켜 ‘아르뱅주의’라는 괴물 신학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아르뱅주의는 아르미니우스주의(Arminianism)와 칼뱅주의(Calvinism)가 합쳐진 최악의 조합이란 뜻으로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아르미니우스주의 식 ‘구원의 확신’과 칼뱅주의 식 ‘성도의 견인’을 입맛대로 결합한 편의주의 신학으로, 오늘날 한국 교회가 발행하고 있는 21세기형 면죄부라고 신 목사는 규정한다.

그는 아르뱅주의를 타락, 선택, 속죄, 은혜, 견인 등 다섯 가지 요소에 걸쳐 분석했다. 타락과 관련해선 은혜로 인간을 구원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인간은 전적으로 무능력하다(칼뱅주의)고 주장하지만, 인간이 복음을 받아들이기로 결단할 수 있다(아르미니우스주의)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선택에 대해서는 나를 위해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해주셨다는 의미로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을 믿지만(칼뱅주의), 내가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을 받을 수 있다(아르미니우스주의)고 생각한다. 속죄에 관해서는 거의 아르미니우스주의 쪽과 일치한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 원하며,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위해 차별 없이 십자가에서 속죄의 피를 흘리셨다고 믿는다. 따라서 아르뱅주의자들은 누구든지 믿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복음주의적 초청을 강력하게 할 수 있다.

은혜에 있어서는 불신자는 스스로 복음을 믿기를 거부해 지옥에 가고, 신자는 복음을 믿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르미니우스주의의 ‘저항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에 가깝다. 견인에 관해선 놀라울 정도로 칼뱅주의적이다. 대부분의 신자는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고 굳게 믿는다. 한 번 받은 구원이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견인 교리를 확실히 붙잡는 것이다.

아르뱅주의자들이 공로를 통해 구원받을 수 없다는 전적 타락설을 주장하는 데는 ‘구원을 위해서 나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공짜 심리가 들어 있다고 신 목사는 주장한다.

아르뱅주의자들이 무조건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좋아하는 이유도 구원을 위해 인간이 어떤 공로나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아르뱅주의가 구원의 길을 조금이라도 어렵게 만드는 게 있으면 가치 없이 제거하고 쉽게 만들어버린다고 비판한다. 신 목사는 한국에서 아르뱅주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처럼 은총을 값싼 것으로 둔갑시키는 게 아르뱅주의의 첫 번째 특징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반지성주의를 든다. ‘나는 예수를 믿기로 결단한다’(아르미니우스주의)와 ‘하나님은 나를 끝까지 붙드신다’(칼뱅주의)처럼 조화되기 어려운 두 주장을 동시에 하는 논리적 모순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특징은 편의주의. 성서에서 마음에 맞는 구절이 있으면 가져다 인용하고, 칼뱅주의나 아르미니우스주의 신학도 아무렇게나 가져다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르뱅주의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구원론을 위해 네 가지 제언도 내놓는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구원을 ‘from 지상 to 천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말한다. 온갖 철학과 신화, 상징이 뒤범벅된 영지주의 구원관을 극복하고 기독교 구원을 ‘from 세상 to 하나님나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구원관의 극복, 구원론의 교회론적 차원 회복, 믿음과 행위의 조화 회복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도 “워낙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위험천만한 작업이라 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과격한’ 분석의 바탕에는 한국 교회를 ‘개신교 역사상 가장 부패한 교회’로 보는 현실 인식과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직전의 유럽 교회와 비슷하다. 종교개혁이 있은 지 500년이 지났는데 다시 종교개혁 이전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오늘날 면죄부를 발행하는 한국 교회는 복음을 살인면허로 바꿔놓고 있다.” 포이에마. 51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