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초대형 연못과 수로시설 발견

고려시대 초대형 연못과 수로시설 발견

입력 2014-06-11 00:00
업데이트 2014-06-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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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돌 촘촘히 깐 타원형 연못에 독특한 수로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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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남원 실상사 구역에서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고려시대 정원시설. 연못인 원지와 수로 시설이 함께 발견됐다.
사진=불교문화연구소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초대형 고려시대 정원시설이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됐다.

조계종 산하 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 스님)는 실상사(주지 응묵) 담장 바깥 구역 일대를 발굴조사한 결과 강돌을 바닥에 촘촘히 깐 평면 타원형의 독특한 모습인 연못과 여기에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로(入水路)와 빼내는 배수로, 그리고 이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건물터 2동을 비롯한 정원시설을 찾아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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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남원 실상사 구역에서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고려시대 정원시설. 연못인 원지와 수로 시설이 함께 발견됐다.
사진=불교문화연구소
이 중에서 연못인 원지(苑池)와 관련 수로 시설은 그 규모와 완벽한 상태, 그리고 아름다운 건축 양식이 단연 관심을 끈다.

길이 16.05m에 폭 8.06m인 연못은 바닥에 강돌을 대체로 한 줄씩 편평하게 깔아 처리하는 한편 주변 호안석축(湖岸石築) 또한 같은 종류의 강돌을 쌓아올려서 만들었다. 바닥 중앙에는 다른 강돌과는 달리 청색 빛이 도는 돌을 안치했다. 이는 아마도 원지를 만들 때 기준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돌 사이에는 명황색 점토와 숯을 이용해 방수처리를 했지만 내부에서 뻘층이 확인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맑은 연꽃 같은 식물을 기르지는 않았다고 추정된다.

나아가 한 귀퉁이에서 출수구(出水口)로 보이는 시설이 발견됨에 따라 끌어들인 물은 일정한 높이로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로(入水路)는 현재까지 발견된 규모만 길이 42.6m 구간에 이른다. 폭 1.2m이며 강돌을 바닥에 깔고 측면에 쌓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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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실상사서 고려시대 정원시설 남원 실상사 구역에서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고려시대 정원시설 중 직수로. 이곳에서는 연못인 원지와 수로 시설이 함께 발견됐다.
연합뉴스
조사단은 이런 직선 수로가 연못과 만나는 지점에 잇대어 만든 다른 수로를 주목했다. 이 수로는 곡선에 가까우며, 연못 한쪽 면을 따라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로 형태는 중국이나 일본의 고대 정원 시설에서는 신라 포석정과 마찬가지로 술잔을 띄워놓고 시를 읊던 연회인 곡수연(曲水宴)과 관련 깊은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 곡수 형태의 수로는 길이 13.8m에 폭 1.0m였다.

조사단은 “이번에 발견한 원지는 그것이 위치하는 방향성을 고려할 때 실상사 경내에 위치한 고려시대 초기 목탑 터와 동서방향 축이 일치한다”면서 “나아가 이 일대에서는 고려 초기 유물이 집중 출토하는 점으로 보아 이 정원시설은 실상사 경내 목탑과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수로 갖춤 정원시설은 고려시대 불화에 비슷한 형태가 보이며, 일본에서는 후루미야(古宮)유적이나 헤이조궁(平城宮)의 동원(東苑) 등지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됐다.

나아가 이번 발굴에서는 연화문 수막새, 초화문 암막새, ‘實相寺’(실상사)라는 글자가 적힌 기와를 비롯한 각종 유물 100여 점이 수습됐다.

이번 발굴 지역은 현재의 실상사 담당 바깥이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실상사는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넓은 거찰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정원시설이 드러난 곳은 실상사에서 양혜당과 보적당이라는 부속 건물을 세우기로 한 곳이지만, 유적이 드러나지 않은 다른 곳으로의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장엄한 모습의 현재 상태를 훼손하지 않고 보존·정비하는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했다.

이번 발굴 현장은 오는 16일 오후 2시 전문가 검토회의 개최에 즈음해 일반에도 공개된다.

한편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중요 폐사지(廢寺址) 시·발굴조사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경주 황룡사 남쪽 미탄사지(味呑寺址) 유적에 대한 2차 시굴조사 결과 ‘味呑’(미탄)이라는 글자가 적힌 기와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여러 사람 자문을 거쳐 문제의 글자를 ‘味呑’이라고 판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판독에는 다른 의견도 있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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