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로그] 오페라와 창극사이… 창작오페라의 고민

[문화계 블로그] 오페라와 창극사이… 창작오페라의 고민

입력 2010-07-07 00:00
업데이트 2010-07-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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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창작 오페라사(史)는 의외로 유서 깊다. 1950년 고(故) 현제명 작곡가의 ‘춘향전’이 포문을 연 이래 한국식 오페라 창작 열기는 계속됐다. 1980년대에는 오숙자의 ‘원술랑’ 등 13편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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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얼마전 창작오페라 ‘아랑’을 무대에 올렸다. 오페라 보급 및 확산을 위한 맘(MOM·My Opera Movement) 프로젝트의 하나다. 부임하는 부사마다 죽어나가고 흉흉한 소문이 도는 마을 밀양. 신임 이 부사가 부임한 첫날 밤, 하얀 나비는 전 부사의 딸 아랑이 죽은 사연을 하소연하며 사라진다. 누가 죽였을까. 밀양에서 전해지는 고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추리극 형태다.

지난해 12월 40분짜리 단막극으로 첫선을 보였다가 60분 분량으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올 연말엔 90분 대작으로 다시 모습을 바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출연진도 공모를 통한 경쟁방식으로 뽑고, 무대도 대극장 용으로 다듬어 해외수출까지 욕심내고 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서구 오페라에 한참 못 미치는 대중성 문제가 아니다. 그런 건 시작 때 이미 각오했다. 난관은 다름아닌 ‘언어’. 이탈리아나 독일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들이 한국말로 된 오페라를 들을 때 너무 낯설어한다는 데 고민이 있다. 심지어 “오페라가 아니라 창극 같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국립오페라단은 우리말의 음성학적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발음이나 운율, 억양이 서구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분절적이라 오페라와의 접목을 위해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6일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는 무척 선율적이다. 이들 국가에서 오페라가 발달한 것은 언어적 특성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언어 자체가 매우 철학적인 독일어도 음악의 깊이를 배가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언어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는 16일 관련 심포지엄을 연다. 주제는 ‘오페라의 수요에서 소유로’. 영화가 비록 서구에서 시작됐지만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내듯, 오페라도 우리 문화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단장은 “언어로서의 우리말의 우수성을 떠나 오페라 특성에 맞는 발음과 운율을 심층적으로 연구한다면 (한국말로 된) 창작 오페라의 세계무대 진출이 좀더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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