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레안드로 에를리치展
항구에 정박한 초록, 빨강, 파란색의 배들, 그리고 가로등이 만들어 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반사돼 구불구불 매달린 듯 보인다. 착시를 부르는 단순한 설치이지만 묘하게 꿈속 같은 효과를 낸다.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에게 전시 공간과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박스프로젝트 두 번째 전시 ‘박스프로젝트 2014 : 레안드로 에를리치’전이다.지난해 개막과 함께 큰 관심을 불렀던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속의 집속의 집속의 집’이 설치됐던 장소에 설치된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환영이 절묘하게 결합된 초현실적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작품은 또한 지리적으로 대척점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물리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를 조명하면서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가 분리 혹은 연합된 관계들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배가 정박한 항구는 교류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미지의 ‘반영’(Reflection)에 대해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굉장히 찰나적이다. 한시성과 덧없음을 작품에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에를리치는 28세 때인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아르헨티나 국가관 작가로 선정됐으며 로마현대미술관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작품의 구상에서 제작, 운송, 설치까지의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술관에서는 이와 함께 작품의 구상부터 제작, 운송, 설치까지의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한다. 전시는 내년 9월 1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11-14 19면